금융위원회는 11일 장기소액연체자 채무조정 신청이 지난달 마감됨에 따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성과 평가 간담회'를 열고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을 비롯한 한계채무자 긴급 채무정리 작업에 대한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 국민행복기금 상환미약정 채무자 및 연대보증인의 상환능력을 일괄 심사한 뒤 58만6000명의 채무를 면제한 바 있다.
또 작년 2월부터 올 2월 말까지 1년 동안 1000만원 이하의 빚을 10년 이상 연체하고 있는 장기소액연체자를 구제하기 위한 지원 제도를 운영했다. 지난 1년 동안 11만7000여명이 채무 면제를 신청했고, 금융위는 심사를 마친 신청자 중 4만1000명의 채무를 탕감해 줬다. 특히 이번 대책으로 지원을 받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는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취약차주 특별감면 제도 등을 통해 추가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도 국가에서 구제해 준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빌린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전략적 파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아온 성실 채무자들은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성실 채무자들보다 장기연체자가 더 빠르고 쉽게 빚을 갚게 되는 역효과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이 역시 빚을 갚지 않는 것이 좋다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모럴 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에 반박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제도를 시행한 결과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고의로 연체를 일으킨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상환능력을 상실해 채권자 입장에서도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빚을 정리하고 재기할 기회를 준 것이 더 이상 도덕적 해이로 오인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