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집을 사느라 채무를 짊어진 서민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동산 활황기에 무리하게 집을 산 ‘영끌족’은 물론,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대다수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국에서 '강제·임의경매 개시 결정 등기'를 신청한 부동산(토지 및 집합건물 등 포함) 규모가 5만3905건으로 지난해 4분기(4만6822건)에 비해 15% 이상 급증했다. 하루 평균 592.3건이 경매 매물로 나오는 셈이다. 분기 기준으로 지난 2014년 1분기(5만5514건)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4만4987건 수준이던 강제·임의경매가 반년 만에 9000건 가까이 증가한 데는 장기화되고 있는 고금리가 일부 ‘영끌족’뿐만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서민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전국·1인 이상) 월 평균 이자비용은 13만원으로, 전년(9만8700원)보다 31.7% 늘었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한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이 전년 대비 50조8000억원이나 감소한 것도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 증가가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가계 이자 부담이 늘고 여윳돈이 줄어들면서 자칫 예상치 못한 자금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파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고가 주택이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1분기에는 저가 주택이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먼저 영끌로 고가 주택을 매수한 집주인들이 고금리에 견디지 못한 데 이어 올해 영끌로 보기 어려운 집주인들마저 파산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각이 성사된 경매 한 건의 평균 감정가액은 6억4602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9억4517만원 대비 31.65%(2억9915만원) 줄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워낙 누적된 가계부채가 많아 채무자들의 이자 비용이 매우 크다"며 "특히 앞서 활황기에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해 가계부채를 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