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낸 SK하이닉스가 HBM 투자·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간다.
특히 이번 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이 40%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빅테크와 같은 첨단 서비스 기업이나 독점 시장을 가진 기업만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꿈의 수치'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가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을 추월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번 호실적은 반도체 업턴(호황)이던 2018년을 뛰어넘은 성적이며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주요 이유로 꼽힌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에는 SK하이닉스가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HBM D램과 기업용 낸드플래시(eSSD)가 들어간다. 두 제품 모두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AI 성능 향상을 지속해서 고성능·저전력 제품 수요가 커지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부사장)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HBM에서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0% 증가해 매출 성장을 주도했다"며 "HBM3E(5세대) 매출이 HBM3 제품 비중을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회사는 현재 엔비디아에 8단 HBM3E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레거시 D램 외에 HBM을 위주로 한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평균판매단가(ASP)도 10% 중반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성장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SK하이닉스는 "생성형 AI가 멀티모달로 발전하고 있고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내년 HBM 공급과잉 우려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비중이 올 3분기 30%에 달했고 4분기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 12단 HBM3E를 예정대로 출하하며 이는 내년 전체 HBM3E 물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최근 CXMT 등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레거시 D램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에 대해 회사 측은 "DDR4, LPDDR4 등 레거시 D램 생산은 줄이고 HBM과 고용량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낸드 매출에서 SSD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아직 중국이 따라잡기 어려운 DDR5, LPDDR5 등 첨단 메모리 양산 확대를 위한 선단 공정 전환을 앞당겨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AI PC와 AI 스마트폰 수요 본격화로 해당 제품들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D램 수요는 10%대 후반 수준으로 개선되고 낸드의 수요 성장률도 10%대 중반으로 예상했다.
HBM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관련 투자에도 박차를 가한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의 HBM 추가 공급 요청으로 TSV(실리콘관통전극) 생산능력을 지난해 대비 2배 늘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두고 급격히 성장한 HBM 수요에 발맞춰 당초 계획보다 증가한 10조원 중후반대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4월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건설할 예정인 M15X를 HBM 핵심 생산 거점으로 정한 바 있다.
한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주도하에 2026년까지 80조원 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해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HBM 등 AI 관련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