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조위는 이날 오전 사고 여객기 블랙박스 중 하나인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의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지난 1일 전환 작업에 착수해 당초 1월 3일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해서 이날(2일) 오전 완료됐다”며 "소요 시간은 약 하루 반 정도"라고 설명했다.
CVR은 항공 사고 발생 시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장과 공항 관제사의 대화는 물론 조종석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나눈 대화 등을 기록하는 장치다. CVR은 기록이 끊긴 순간부터 이전 2시간까지 녹음하는데 사조위가 현재 확보한 음성파일은 2시간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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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는 당초 도착 예정시간보다 30분가량 늦은 오전 8시 54분, 무안공항 관제탑에 착륙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착륙허가 3분 뒤인 8시 57분, 관제탑은 해당 항공기에 '조류 이동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조류 이동 주의 2분 뒤인 8시 59분, 조종사는 위급상황을 알리는 '메이데이'를 세 번 외친다. 이후 9시 1분 원래 착륙방향인 01번 활주로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반대방향인 19번 활주로 방향에서 비상착륙할 것을 관제탑에 알렸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기는 19번 활주로로 2차 착륙을 시도하기 전 관제사와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 "조종사가 (1차 착륙 실패 후) 복행을 시도하면서 우측으로 선회했고 그 과정에서 관제사가 뭔가 비정상적인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며 "(관제사는) 그때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안내했고 조종사가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상호합의돼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고기가 당시 활주로를 한 바퀴를 채 돌지 못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고, 이를 관제탑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채 사고기는 비상 동체착륙에 들어갔고 속도를 제어하는 플랩 역시 펼쳐지지 않았다. 이후 사고기는 9시3분 활주로 끝단에서 200여m에 떨어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하면서 폭발했다.
다만 당시 기체 손상 범위와 관련해 한쪽 엔진 폭발부터 유압시스템 고장으로 인한 랜딩기어 고장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어서 향후 조사를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사조위의 블랙박스 분석 작업이 순조로울 경우 규명 작업은 한층 속도가 날 전망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해당 데이터와 관제탑 교신 내용 등을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데다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분석을 위해 미국으로 보내는 만큼 최종 원인 규명까지는 아직 첩첩산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FDR은 저장장치와 전원부를 연결하는 ‘커넥터’가 분실돼 국내에서는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조위는 FDR을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FDR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종석 음향이 담긴 중요한 자료로 사고 당시 상황을 규명하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CVR은 분석 작업이 시작됐다. 다만 국토부는 CVR 음성 분석 결과는 사조위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조위 조사가 여론에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개 여부는 사조위와 협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사고 조사의 중요한 증거 자료라서 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