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의 존재 여부를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한 근거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면서다. 정부는 당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회의록을 남기지 않기로 합의했지만 신임 의협 집행부를 비롯한 의사 단체들은 '회의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6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일까지 의대 증원의 필요성이 담긴 근거 자료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 조사 등의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의대 증원을 논의한 기구는 보정심만이 아니다. 복지부·의협 간의 의료현안협의체, 교육부 소관으로 대학별 의대 정원을 결정한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에서도 토의가 이뤄졌다.
정부는 이 중 배정위 회의록을 재판부에 제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의료현안협의체는 당시 의협과 협상을 통해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협의체의 회의 내용은 현장에서의 기자회견과 배포된 보도자료 등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의사단체들은 중대한 의료정책을 논의한 의료현안협의체에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느냐며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2000명 증원의 결정 근거도 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00년을 좌우할 의료정책을 결정한 근거가 보도자료밖에 없다는 걸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냐"며 "백번 양보해 보도자료로만 회의 결과를 보더라도 28차례 회의 중 '2000명 증원'이란 말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측 얘기는 의대 증원 과정이 얼마나 근거 없이 정치 논리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성혜영 의협 대변인은 "양측이 공식적으로 합의한 회의록이 없더라도 복지부가 내부 기록이 없는 건 문제 아니냐"며 "의협은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 원하면 언제든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했던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의록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제 본격적인 반전 국면이 시작될 듯하다"고 적었다.
한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문가 30~50명을 투입해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예고했다. 의사 수 추계 모형의 타당성, 예산, 투자 현실성 등을 분석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