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금과 보증채무 규모가 10조원에 달하고 워크아웃 채권단이 4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당국이 내다본 4조원 안팎인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데다 채권단 수도 예상보다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조기 워크아웃 신청으로 시장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지만 이 같은 돌발 변수로 건설‧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자금력이 부족한 다수 제2금융권 업체들이 채권단에 포함돼 있어 관련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1일 산업은행이 최근 태영건설 금융채권단에 보낸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직접 차입한 PF 금액은 총 1조3007억원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직접 차입금 외에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122곳, 대출 보증 규모는 9조18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접 대출금과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무를 다 합친 태영건설 채권단 규모는 4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되는 채권단 규모는 채권 업체별 의사에 따라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일단 산은은 400여 곳을 추려 채권단 소집 통보를 송부한 상태다.
순위와 사업장 상황 등 채권단 협의에 따라 채권 업체별로 각기 다른 셈법이 나올 수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업장 대출에 지방상호금융조합, 저축은행 등 워낙 많은 금융사가 포함돼 있어 의결권 배분 과정이 험난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나 채권단 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열약한 제2금융권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공사 시작 전 사업 초기 대출을 뜻하는 브리지론 비율이 높다. 브리지론은 6개월에서 1년 만기 고금리로 대출이 진행돼 고수익·고리스크 성격을 띤다.
최근 한국신용평가 '저축은행업계 사각지대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47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말 1.3%에서 지난해 6월 말 6.5%까지 약 5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이하여신은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악성 부채를 뜻한다. 이들 47개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67.9%나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슈에 따른 시장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지만 채권단 대상 업체나 차입금·보증 규모가 만만치 않아 관련 사태가 쉬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채권단 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다수 포함돼 부실 위험에 따른 시장 혼란이 가중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서,
좀비기업 정리를 위해서,
부실 금융을 털기 위해서라도
정리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