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수사에 압색 영장 사전심리?..."법원 개입 대신 당사자 참여권 강화해야"

2023-05-0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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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무부와 검찰이 마약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에 나선 가운데, 관련 수사 시 디지털 증거 등에 대한 압수수색 범위를 법원이 미리 심사하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을 두고 법원과 검찰 간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를 통해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 침해를 두텁게 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지만, 검찰은 자칫 수사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맞선다. 법조계는 법원의 개입보다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 등에서 당사자의 참여권을 더욱 보장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우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마약 수사 강화에...‘압수수색 사전심문’ 도입 놓고 법·검 갈등 재점화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등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마약 범죄가 급증하자 법무부와 검찰이 마약 범죄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검찰은 청소년을 겨냥한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인 사형과 무기징역의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특단의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검찰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하면서 지난 2월 한 차례 검찰과 법원 간의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최근 입법 예고한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등에 있는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영장 청구서에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와 '검색 대상 기간' 등 영장 집행 계획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령 마약사범들 사이에서 필로폰은 보통 '아이스·얼음·크리스털·술' 등 은어로 통용된다. 대마는 '풀떨·풀떼기'로 표현한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라 '필로폰'이나 '대마'로 검색어를 정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게 되면 이처럼 은어로 기재된 전자정보 파일은 검색 또는 압수가 어렵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반면 전국의 영장전담판사들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1일 '압수수색 영장 실무 관련 논의를 위한 영장전담법관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현행 압수수색 영장 제도는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 형사지원심의관 정재우 판사는 "영장상 '본건과 관련성' 문구만으로는 압수 범위 제한이 불가하고 철저한 선별도 어려워 사실상 '모든 것'을 압수할 수 있는 영장이 발부되고 있다"며 "선별 없는 압수수색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고, 언제든지 별건 수사로 이어져 피의자에 대한 부당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압수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수색(탐색)을 압수와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고 수색 자체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압수 전 전자정보의 탐색 과정에서 범죄사실과 무관한 정보가 압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미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돼 있다"고 맞서고 있다.
 
디지털 증거분석 폭증...“법원 사전심문보다 당사자 참여 보장 방향으로 가야”
법원과 검찰 간 압수수색 사전심문 제도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이유는 수사 실무에서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과 포렌식 수사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디지털 증거는 기술적으로 압수수색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 경찰청의 연도별 디지털 증거분석 현황에 따르면 2015년 디지털 증거분석 사례는 2만4000건 수준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7만5000건으로 늘어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디지털 증거 등에 대한 압수수색 시 법원의 사전심문이나 개입보다는 당사자의 참여권을 더욱 보장하는 방식에 제도 개선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는 “디지털 증거의 특성상 신속하면서 포괄적인 조사를 배제하기는 실무상 쉽지 않다”면서 “현행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시 혐의 본건과 ‘관련성’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하도록 해야 한다. 또 기술적으로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에 대한 탐색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 하에 별건 증언이 나오면 바로 탐색을 중단하고 이에 대한 별도의 영장을 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를 강화하는 방향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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