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올해 중에는 ‘생물보안법’ 제정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의 CDMO(위탁개발생산) 경쟁국인 인도 등이 미국 바이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주시 중”이라는 입장인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 중국이 빠진 자리를 인도에 완전히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까지 미국 생물보안법 제정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9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생물보안법은 1년마다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의 생명공학 기업을 정해 관련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장은 중국 BGI, MGI, 컴플리트 게노믹스(Complet Genomics), WuXi App Tec, WuXi Biologics 등 5개 바이오 대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수준이며, 올해 중에는 상원의 검토를 거쳐 제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당 법안이 제정되면 글로벌 CDMO 시장 점유율 8%를 차지하는 중국 바이오산업이 미국에서 퇴출돼 대규모 시장 공급망 공백이 전망된다. 특히 미국 CDMO 시장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 기업의 퇴출이 가시화되면서 현지에서는 대안 기업 찾기가 한창이다.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는 한국과 인도가 언급되는데, 투자업계는 한국 기업보다는 인도 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2020년부터 CDMO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급속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가 도입한 ‘CDMO 생산 연계 인센티브(Production Linked Incentive·PLI)’ 제도로 인해 현지 바이오 기업의 수혜가 커지면서 올해에만 대규모 현지 투자가 4건 이상 발생했다.
시장조사 업체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인도 CDMO 시장 규모는 2024년에 225억1000만 달러(약 30조8000억원)에서 2029년까지 446억3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14.67%다. 2028년에는 세계 2위 CDMO 강국인 중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포천인디아(Fortuneindia)는 관측했다.
반면 2030년까지 한국 CDMO 성장률 전망치는 연평균 7.5%로 인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생물보안법에 따른 중국 시장 이전 기대감도 인도보다 낮아 IB(투자은행)업계 투자 기대치는 성장률 대비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는 미국 정부의 생물보안법 제정을 지켜보고 있으며 관련 법이 제정되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