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은 긴축재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필요한 곳에만 예산을 배치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어진 확장재정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공공일자리 등 예산이 대폭 삭감돼 복지예산이 지나치게 축소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에서는 정책 만족도가 높았던 사업을 축소하는 데 대해 '전 정권 지우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여야간 기싸움이 예상된다.
지역화폐 예산은 2019년 533억원에서 2020년 6298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1조2522억원으로 급증했다가 올해 7053억원으로 낮아졌다.
기재부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역화폐가 증액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지역화폐는 효과가 지자체에 한정된 지자체 고유 사무로 보고 있다. 내년 지방교부세가 75조3000억원에 달해 지방의 재정 여력이 충분한 만큼 지자체가 부담할 사업"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민 10명 중 6명은 이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고 나왔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결정에 대해 응답자의 23.0%는 찬성, 63.4%는 반대한다고 각각 답했다.
지역화폐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만족한다'는 응답이 86.4%('매우 만족' 45.4%, '대체로 만족' 41.0%)로 나타났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도 이번 예산안 심사 쟁점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쓰레기 줍기, 잡초 뽑기 등 단순 노무 형태의 공공형 일자리보다 더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사회서비스형, 민간형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려 일자리의 양보다 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6만1000개나 삭감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예산을 줄이면 그분들은 폐지를 주우러 길거리로 나서야 된다. 이것은 패륜 예산"이라고 날선 공격에 나섰다.
이 외에도 청년일자리 지원과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 축소 등이 논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예산을 청년인구 감소와 고용여건 개선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데 야당에서는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청년자산형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를 축소하고 청년 목돈 마련에만 포커스를 맞춘 청년도약계좌에 예산을 몰아주는 것은 지난 정부 정책 지우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에서 실시한 '2022 청년정책 시행계획 평가 결과'에서 고용노동부 주관사업인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가장 높은 등급인 '탁월'을 받은 바 있다.
세입 규모 등 예산안 처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세제개편안은 국회 통과 가능성이 더욱 희박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지난 7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소득세 과표 기준 상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인하는 기업 활력 제고, 소득세와 종부세 손질은 서민·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부자감세'로 규정하고 당론으로 반대 의견을 채택해 관련 법안 개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당장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완화를 위해 당정이 추진했던 3억원 특별공제도 올해 적용을 위한 마감 시한인 20일을 넘겨 사실상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