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볼륨 존에서 본격적으로 싸우자"… 빔 산토리의 인도 도전

  • 글자크기 설정

[빔 산토리의 인도산 위스키 ‘오크스미스’를 손에 들고 있는 우라가미 타카시(浦上隆志) 시니어 이노베이션 매니저 =인도 구르가온 2022년 3월 (사진=NNA)]


사실 인도는 세계 최대 위스키 소비국이다. 일본의 산토리홀딩스의 자회사인 미국의 빔 산토리는 지금까지 티처스, 짐빔 등 해외에서 수입한 자사 위스키만으로 인도의 거대시장에 도전해 왔다. 그러던 2018년, 빔 산토리는 인도의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자들의 기호변화를 기회로 포착, “볼륨 존에서 본격적으로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인도산 위스키도 제조,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확실히 인도사람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무리 음주를 하는 사람이 ‘소수’라고 해도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술을 마시는 사람이 1억명은 넘을 것”. 영국의 주류조사회사 IWSR의 제이슨 홀웨이 애널리스트는 NNA에 이렇게 답했다.

 

인도의 인구는 14억명. 이 중 80%가 힌두교도이며, 이슬람교도는 10%대 후반.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실제 음주 여부는 거주지와 연령대, 개인의 소신에 따라 결정된다. 홀웨이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근거하면, 인도의 음주인구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일본의 전체 인구에 필적한다.

 

■ 위스키 판매량, 인도가 세계 1위

인도의 술이라고 하면, 과거에는 당밀 등을 원료로 한 전통 증류주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일부 전통 증류주는 건강을 크게 해칠 정도로 조악하게 만들어진 것도 있어,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에 전해진 위스키를 찾는 사람이 점차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인도의 위스키 판매량은 최근 연간 약 2억케이스(1케이스는 750㎖ 병이 12개분인 9ℓ)에 달했다.

 

위스키 소비에 관한 IWSR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인도의 위스키 판매량은 세계 전체(약 4억 2000만케이스)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44%). 인도의 위스키 판매량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3% 증가하는 등 인구증가에 따라 술을 마시는 인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 90% 이상이 인도산 위스키

‘인도의 위스키’는 크게 인도에서 제조된 위스키와 수입 위스키로 나뉜다.

 

인도산 위스키는 ‘IMFL(Indian-made foreign liquor) 위스키’라 불리며 그 이름대로 인도에서 제조된 것. 20세기 후반 현지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델리에서는 1병(750㎖)당 수백루피~수천루피(1루피=약 1.6엔)로 판매되고 있다. 인도 위스키 판매량의 90% 이상이 IMFL 위스키다.

 

수입 위스키는 일본에서도 익숙한 스카치와 버번 등이다. 1980~90년대부터 외국주류업체가 주로 판매했다. 외국에서 완제품 위스키를 수입하거나, 수입한 원주(原酒)를 인도에서 병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델리의 판매가는 1병(750㎖)당 수천루피~1만루피 이상인 경우가 많다. 인도에서는 아직까지 고급상품으로 취급되고 있으며, 인도의 전체 위스키 판매량 중 점유율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 수입 위스키는 관세 150%

외국제조사들이 수입 위스키를 판매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은 관세다. 병 그대로 수입하는 경우도, 원주만 수입하는 경우도 관세가 150% 붙는다. 가령 1병에 1만엔의 위스키를 수입할 경우, 인도에서는 2만 5000엔 이상으로 팔지 않으면 수익을 올릴 수 없다. 인도에서 수입 위스키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인도산 위스키는 대부분 위스키 원주에 국내에서 생산된 뉴트럴 스피릿을 섞어서 만든다. 수입관세를 감안하면, 외국 원주의 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싸게 제조할 수 있으며, 원주의 국제가격 변동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판매가격도 저렴해 인도사람들에게 인기다. 이와같은 이유로 90년대 이후 인도산 위스키의 제조, 판매에 뛰어드는 외국주류업체들이 잇달아 나타나기도 했다.

 

■ 경제성장으로 인도산 위스키 시장이 고급화

산토리 홀딩스는 2014년 5월, 미국 증류주 업체인 빔을 인수, 인도 거점을 마련했다. 이후 빔 산토리는 자사 위스키를 수입, 인도 시장에서 판매해왔다.

 

한편 인도 시장 경쟁업체인 영국 디아지오와 프랑스 페르노리카는 수입 위스키와 함께 인도산 위스키도 판매하고 있었다. 인도산 위스키에서 올린 수익을 수입 위스키 판촉자금에 재투입하는 등 판매에서 투자까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빔 산토리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인도산 위스키의 고급화 추세다. 경제성장에 따라 인도 소비자들이 위스키의 맛과 브랜드를 점차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경쟁업체들의 판매, 투자구조와 인도산 위스키의 고급화 추세에 따라 빔 산토리는 2018년, 인도산 위스키 제조판매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빔 산토리 인도법인은 당시 2030년까지의 인도사업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레드오션이기는 하지만, 볼륨 존에서 싸울 수 있는 상품을 만들자. 압도적으로 좋은 고급 위스키를 만들면 고객들은 반드시 우리 제품을 찾게 된다”.

 

빔 산토리 인도법인의 한 간부는 2018년 당시 회의석상에서 나온 말을 되뇌었다.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