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이제 본격적인‘China + 1'이다

2017-04-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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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

[김상철 前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최근 잇따른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3자가 아니고 당사자라는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징조이다. 정치적인 문제는 고사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 시장에 대해 새로운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피해가 롯데, 현대·기아, 삼성, LG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그 피해나 영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과연 이대로 중국 시장을 계속 고집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상당수 업체들은 그래도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고 안달을 하면서도 현 상황을 타개할만한 뽀족한 수가 없어 난감해하기도 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복원될 수도 있지만 그 앙금은 계속 남게 되고, 또 다시 이런 일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함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전략적 선택을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은 분명하며, 그 선택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지난 2012년 일본의 국유화 선언으로 촉발된 댜오위다오(일본명:센카쿠) 사건으로 중·일 양국 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되면서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의 위력에 일본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2년 여의 진통 끝에 가까스로 거의 원상태로 회복되긴 했어도 상품 혹은 산업에 따라 회복 속도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론 일본을 찾는 중국 관광객의 수도 급감하였지만 1년 여 지난 이후부터 서서히 원상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기업들이 선택한 대안이 바로 ‘China + 1' 이다. 더 이상 중국 시장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언제 또 낭패를 볼지 모르는 현실을 직시하고 한동안 등한시했던 동남아와 인도로 신속하게 행보를 옮겨간 것이다.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대안 시장을 찾아 빠르게 찾아나섰다. 아베노믹스가 살아나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도 일본 기업들의 이러한 전략이 주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일본의 경험과 사례는 정확하게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실제로 이런 움직임들이 가시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중국 시장 내에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기아차가 연산 30만대의 인도 공장 설립을 앞당기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롯데는 중국 내 사업 구조조정이 없다고 거듭 천명을 하고 있지만 결국 이익이 나는 동남아 쪽으로 점진적인 기수 전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을 보면 대기업이 먼저 진출하고 이어 중소기업이 뒤를 따르는 선단(船團)식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불이 지펴지고 있음이 확실하다. 어떤 경우를 상정한다 할지라도 ‘China + 1' 만큼 현명한 선택은 없다고 할 것이다. 중국 이후의 ‘ 세계의 공장’이 되기 위해서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1 시장의 매력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20여년 전 한 때 이 지역 국가들 상당수가 우리의 10대 수출 시장 주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던 곳이라서 크게 낮설지도 않다. 또 우리들에게 많은 러브콜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도 해 답답한 중국 시장만 보고 있을 겨를이 없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사이 일본 브랜드 차종의 안방이 되고 있고, 중국 완성차의 현지 공장마저 속속 생겨나고 있을 정도이다.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과 극복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한편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관광객, 유커들의 급감으로 관광업계들의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이 최소 7조 3천억에서 최대 16조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향후 1~2년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이 7% 감소하고, 중국인 관광객이 최대 60%가 급감할 것으로 추정하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그러나 면밀히 보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중국에 대한 우리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를 보이고 있어 단순히 양국 간의 시각에서 비관적인 어설픈 전망을 하는 것이 지나친 피해 망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단기간에 다소 피해를 보더라도 대안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면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우리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중국 유커들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대상을 다변화해 나갈 수 있다면 관광산업에 훨씬 더 선순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중이 제 머리를 깍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과제들을 사드라는 복병이 나타남으로써 당장에 독(毒)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약(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살려나가야 한다.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과 극복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이야기이다. 기업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시장이다. 하지만 상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변해야하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그것이 중국을 극복하는 길이다. 그래야먄 중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경영해 나갈 수 있고, 다른 대안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정부 대 정부, 기업 대 기업, 개인 대 개인과 관련한 중국과 우리의 포지셔닝이 수시로 바뀐다. 지난 2010년 일본을 제치고 G2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이 자천타천으로 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긍정적일 수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근자에 중국인들은 자기들이 넘어야 할 상대는 오직 미국밖에 없고, 다른 상대는 아예 안중에 없다. 벌써 한·중 수교 25주년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제까지 우리가 아는 중국의 모습은 더 이상 없고, 완전히 다른 중국을 계속 보게 될 것이다. 이른바 ‘뉴 차이나(New China)'의 등장이다. 이런 중국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섣부른 ‘도토리 키재기’ 식의 경쟁도 무용지물이다. 어디에 우리에 이익이 있는 지를 판단하고 실용적이면서 실사구시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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