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1일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光棍節)’를 앞두고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이달 초부터 속속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내수 침체로 ‘광군제 특수’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예년보다 열흘가량 앞당겨 광군제 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콧대 높던 애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광군제에도 아이폰 새 시리즈 출시 한 달 만에 할인에 들어갔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최근 “올해 광군제는 역대 가장 이르고 길다”면서 “광군제가 소비 촉진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핀둬둬(PDD)와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을 시작으로 알리바바 산하 타오바오와 톈마오, 징둥(JD) 등 중국 주요 이커머스 업체 모두 일찌감치 광군제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대비 열흘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올해로 16주년을 맞은 광군제는 알리바바가 2009년 독신자들을 위해 만든 온라인 할이 행사로 이제는 중국 최대 쇼핑축제이자 소비 대목으로 자리잡았다. 광군제 매출 규모는 미국 최대 쇼핑축제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를 합친 것보다도 커 중국 연말 소비심리에 대한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특히 올해 광군제는 중국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은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이목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애플이 광군제를 앞두고 가격 인하에 나선 것도 눈에 띈다. 톈마오 애플 공식 스토어는 21일 저녁부터 아이폰16 시리즈를 포함해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등에 대해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이에 아이폰16 시리즈는 최대 1600위안(약 30만원) 할인된다. 애플은 지난해 광군제 때도 아이폰15 출시 한 달 만에 가격 인하에 나섰고, 소비 대목인 올해 춘제(설)와 6·18 쇼핑축제 때도 할인에 들어간 바 있다. 공격적인 할인 정책으로 중국 시장의 부진을 타파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광군제 초기 성적표는 양호하다는 평가다. 톈마오에 따르면 할인 개시 5분 만에 애플 브랜드 거래량은 10억건을 돌파했다. 화웨이와 샤오미, 비보(VIVO), 삼성, 소니 등 전자제품 브랜드 매출액도 빠르게 1억 위안을 돌파했다. 중국 당국이 소비 진작을 위해 이구환신(以舊換新·중고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 시 제공되는 혜택) 보조금 정책을 확대하면서 가전제품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