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내면서 KTX 납품하라니…현대로템 "열차 납품 최선 다하겠다"

2022-10-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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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가 불기피한 KTX 사업의 입찰을 포기하면서 정치권의 반발을 산 현대로템이 11일 해명에 나섰다. 해당 사업이 낮은 가격과 수량으로 인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는 구조라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는 해명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인천발·수원발 KTX 사업차질의 원인이 현대로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로템은 해명자료를 내고 “고속차량 발주 사업 지연으로 인천 시민께 심려를 끼쳐 깊은 유감을 느낀다”면서 “고속차량은 구매 수량에 따라 제작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주문 제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주문 제작품이란 일반 공산품처럼 동일 규격의 물품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 아닌 주문자의 요구에 맞춰 한정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말한다. 고속차량은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가 1만2000여종에 달하며 협력업체로부터 일일이 구매해 조립ᆞ제작하는 주문 제작품이다.

현대로템은 “부품마다 발주처의 설계승인을 받아 고속차량을 제작하고 있다”면서 “원소재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철도안전법에 따른 시험 및 검사를 매번 비용을 납부하고 있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작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고속차량 제작에 들어갈 때마다 부품 개발비용부터 금형비, 시험검사비 등 일회성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일회성 비용은 부품수량에 따라 균등하게 배분돼 구매 수량이 적으면 최종 완성차의 제조원가는 오르는 구조다.

때문에 고속차량 제작 시 부품 제조원가나 생산성이 어느 수준 이상이 유지되려면 최소한의 발주 물량이 필요하다. 예컨대 1회 검사 비용이 160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를 16량짜리 고속차량에 나눠 부담했을 때(량당 10원)와 160량(량당 1원)짜리 고속차량에 나눠 부담했을 때 량당 제작 단가는 크게 달라진다.

현대로템은 “원가를 낮추고 발주처가 원하는 예정 단가를 맞추고자 지난해 발주처인 코레일에 수원인천발 16량과 평택오송선 120량을 통합발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올해 7월에야 수원인천발 16량과 평택오송선 120량을 합친 136량으로 통합발주를 진행한다는 사전규격공개를 냈다.

앞서 현대로템은 지난 2016년 발주된 EMU-260 30량 사업에서 예정가격이 예산 대비 77% 수준으로 낮게 책정되면서 손실을 떠안고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철도부문에서만 총 239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한편 현대로템은 지난 1999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정부의 중복투자사업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당시 3개 기업의 철도사업 부문을 통합해 설립됐다. 국가기간산업인 철도차량산업의 불필요한 자국 내 출혈경쟁을 막고자 정부가 앞장서 통합 출범을 이끌었다. 캐나다와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철도선진국은 1국 1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EMU-320 고속차량 [사진=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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