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우위 시장 이어질까...미국 기업들, 내년 2008년 이후 최대폭 임금 인상 전망

2021-12-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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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폭의 임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다. 공급이 부족해진 노동 시장과 30년래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7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경제연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2022년 내년 미국 근로자들의 총 급여 기준 임금 인상률이 3.9%일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이루어진 조사에서 나타난 3.0%에서 1%p(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설문조사는 지난 11월 8~19일 총 2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들 중 절반 이상은 10,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임금 인상의 주된 이유로는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새로 입사한 사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이유로 뽑혔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46%는 신입사원의 임금 인상을, 39%는 물가 상승을 임금 상승 이유로 꼽았다.

현재도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률은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일 미국 노동부는 11월 민간 부문의 시간당 임금이 지난해 대비 4.8% 올랐다고 발표했다. 5개월 연속으로 4%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로나가 미국에 상륙하기 전인 2020년 2월 미국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3.3% 수준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높은 임금 인상률이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높은 물가 상승률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 24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지난해 대비 7만1000건 줄며 19만9000건을 기록해 1969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어 발표된 많은 미국 고용 관련 지표들은 노동 시장이 점점 근로자 우위로 변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3일 미국 노동부는 11월 고용 증가율은 소매업체들과 지방 정부들의 교육 부문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상당히 둔화되었지만 실업률은 21개월 최저치인 4.2%까지 급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 실업률은 4.6%였다. 새롭게 고용시장에 뛰어든 근로자들이 13개월래 최고치인 59만4000명에 달했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줄었다. 한편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21만개 증가하는데 그쳐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크리스토퍼 룹키 FWDBONDS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사실에 속으면 안 된다"라며 "실업률이 하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는 활성화되고 있다"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실제로 9월과 10월 동안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상승했다.

민간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구인구직 사이트 집리크루터는 8일 온라인 구인 공고와 정부가 발표한 수치를 분석한 결과 미국 내에 1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있다고 추정했다. 실업 상태에 놓여 있으면서 직장을 구하고자 하는 690만명에 비해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구직자 한 명 당 1.6개의 일자리가 있는 셈이다.

같은 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나타난 것과 유사한 결과다. 미국 노동부는 10월 채용 공고는 지난달보다 43만1000개 증가한 1100만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줄리아 폴락 집리크루터 수석 경제학자는 "일자리 대비 실업자 비율은 전례없는 수준으로 낮으며 이는 노동 시장을 더욱 타이트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이날 WSJ에 언급했다.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이 최근 몇 달간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8일 JOLTs에 따르면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은 10월 2.8%를 기록해 9월의 3%보다 소폭 감소했고, 수치로도 사상 최고치였던 9월의 440만 개에서 420만 개로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수치는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린지 피에자 스타이플파이낸셜 수석 경제학자는 "기업은 여전히 노동자를 간절히 원하지만, 노동자들이 고용 시장에 돌아오는 것을 주저하면서 노동 비용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라고 이날 WSJ에 밝혔다. WSJ는 특히 여가산업, 접객업, 운송업, 물류업 등 임금 상승률이 가파른 부문에서 노동자들의 퇴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업들이 제공하는 임금 인상률이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인 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1월 10일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대비 6.2% 상승해 3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WSJ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물가 상승세는 11월 들어 지난해 대비 6.7% 상승을 기록하며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11월 CPI는 10일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10월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임금 인상률이 지난해 대비 3.9%를 기록해도 미국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구매력은 오히려 2.3% 감소하게 된다.

공급망 차질·고유가 등 물가 상승을 둘러싼 상황이 해소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임금 인상률은 근로자들을 붙잡기에 충분하지 않을수도 있다. 다만, 미국 경제투자 전문지 키플링어는 물가 상승률이 올해 말 기록할 6.6%에서 2022년까지 2.7%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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