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하와이'로 불리는 중국 하이난성이 법률 사무, 시장연구조사 등 서비스 무역 분야에서 외국인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은 서비스 무역 개방을 촉진해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27일 중국 21세기경제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하이난 자유무역항 국경 간 서비스무역 특별관리조치(네거티브 리스트)'의 2021년판을 내놓고 내달 26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총 11개 분야의 70개 조항에서 외국인 투자를 금지 혹은 규제했다. 나머지 분야에선 외국인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2018년 10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에서 발표한 국경 간 서비스무역 네거티브 리스트 조항은 159개였는데, 이번 하이난성의 네거티브 리스트는 상하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중국이 그동안 세계 각국 및 지역과 체결한 19건의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무역 개방 수준도 대체로 뛰어넘는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개방하지 않은 60개 서비스 무역 항목 중 40여개가 이번에 개방됐다고도 덧붙였다.
시장조사, 동물병원, 법률 사무 등이 대표적으로 개방한 분야다. 해외 로펌이 하이난에 사무소를 설립해 현지 비(非)소송 비즈니스 법률 사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의사, 공인계량사, 측량설계 공인 엔지니어, 자산평가사 등 10개 이상의 직업 자격증 시험에 대한 외국인 응시자격 제한도 철폐했다.
바이밍 중국 상무부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조치가 하이난 자유무역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 이후 차츰 자유무역시험구, 전국 범위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하이난을 2050년까지 세계적인 자유무역항으로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잇따라 시장 개방에 박차를 가해왔다. 특히 이번 서비스 무역 방면의 네거티브 리스트 발표로 미·중 갈등 속에서도 하이난성이 글로벌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고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올 상반기 하이난성 외자이용액은 9억5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623.6%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평균 외자이용액 증가율 28.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는 중국 전체 서비스 무역 발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2019년 중국의 서비스 무역액은 7850억 달러로, 전체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6%까지 늘었다. 중국은 2035년까지 매년 서비스 무역을 연평균 8%씩 늘려 세계 최대 서비스 무역대국이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