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쿠데타까지 '공포'에 빠진 미얀마…軍 "국경폐쇄"

2021-02-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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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물가상승 우려에 사재기·뱅크런 집단행동

'문민정부' NLD상징 '붉은깃발' 떼고 문 걸어잠궈

도시 장악한 군부, 주요도시 공항·도로·의회 폐쇄

"5월 31일까지 국경차단"…장·차관 24명 대거교체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한 1일(현지시간) 군이 수도 네피도의 국회 의사당으로 가는 길목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장갑차와 트럭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한 군부는 이날 새벽 TV를 통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사진=AFP·연합뉴스]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입니다.

군부의 쿠데타로 1년간 비상사태에 돌입한 미얀마 주요 도시가 전화, 인터넷에 이어 금융서비스까지 중단되면서 사재기와 은행 인출(뱅크런) 사태가 벌어지는 등 혼돈의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이 여전한 상황에서 쿠데타에 대한 공포감이 미얀마 시민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 등 주요 외신들은 “군대가 국가를 장악하고 있다”며 미얀마 현지 상황을 전했다.
BBC에 따르면 전 로이터통신 기자인 에민딴(Aye Min Thant)은 이날 오전에 담긴 트위터를 통해 “지금부터 내가 쿠데타를 생중계할 것”이라며 “인터넷이 불안정하고, 심(SIM) 카드가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군부가 장악한 미얀마 도시 상황을 설명했다.

BBC 미얀마 현지기자는 “인터넷 불안정으로 중단됐던 은행 서비스는 화요일(2일)부터 재개될 것”이라면서도 양곤이 두려움, 분노, 좌절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얀마의 지역운동가는 BBC에 “이른 아침 군사 쿠데타 소식을 들었고, 친구 일부가 구금됐다”면서 “인터넷 연결도 불가능하고, 나가서 전화도 사용할 수 없다. 군용차량이 도시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의 인터넷 불안정은 금융서비스 중단까지 이어졌다. 미얀마 은행협회는 전날 성명에서 미얀마의 정치적 상황과 인터넷 문제로 모든 은행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금융서비스 제공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현지 언론인도 트위터에 “전화도, 와이파이도 없다”며 미얀마 주요 도시가 군부의 장악으로 고립됐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미얀마 군부는 네피도와 양곤 등 주요 도시의 공항과 의회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폐쇄했고, 미얀마 내 모든 공항을 오는 5월 31일까지 폐쇄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국경차단에 나섰다.

군부가 앞서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한 만큼 국경폐쇄 기간은 미얀마 국내 상황에 따라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서 1일(현지시간) 주민들이 한 은행 지점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외신은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한 후 은행에 주민이 몰려 예금 인출 사태가 빚어졌으며, 일부 은행은 창구 업무를 중단했다고 전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도시 장악은 시민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 군부의 쿠데타 공식 선언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한 사재기를 위해 마트 등에 몰렸고, 은행 ATM 앞에도 현금을 찾으려는 시민들도 장사진을 이뤄졌다.

BBC는 미얀마 시민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쿠데타로 인한 물가 상승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곤의 한 무역상은 “(상품의) 가격이 올라갈까 걱정된다. 이것 역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일부”라고 지적했고, 한 주부는 “물가가 오르고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수치 고문 등 구금된 정부 인사들이 하루빨리 석방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군부의 보복을 우려해 아웅 산 수 치 국가 고문이 이끄는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의 상징인 붉은 깃발을 제거하기도 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문민정부 장·차관을 대거 교체하며 수치 고문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군부는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고, 군사정부에서 일한 국방·외무부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지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는 성명을 통해 군부의 권력 포기와 억류자 석방을 요구했다. 아울러 미얀마에 대한 제재 부과를 강력하게 경고했다.

 

미얀만의 한 시민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집권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상징 깃발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애니 자만(Annie Zaman)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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