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한 '감정평가액'의 상·하향 조정 가능한 경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감정평가사가 의뢰인의 요구나 평가사의 재량에 따라 감정평가액을 일정 부분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양도세 급증에 따른 증여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같은 경우 감정평가를 받고 가급적 감정평가액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당장은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공시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받는 게 낫다고 볼 수도 있지만, 향후 증여받은 주택을 양도할 때 부담해야 할 양도세를 감안하면 차라리 증여세를 많이 내는 게 낫다는 계산이다. 취득가액이 지나치게 낮으면 양도소득이 커져 양도세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홍규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이사는 "경제 성장률도 연구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지 않나"라며 "평가사들도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내다보면 가격이 조금씩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경 감정평가사는 "예컨대 9억원을 9억9000만원까지 올려줄 수 없겠냐는 의뢰를 받으면 '다른 가격 상향 요인이 있는지 보고 여력이 있으면 올려보겠다'고 답한다"며 "건축주가 건물을 올릴 때 자재를 좋은 걸 썼다거나 조경이 뛰어나다거나 인근에 시세 상승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를 좀 더 살펴보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평가액 상향이 유리한 대표적인 경우는 상속·증여를 하는 경우다. 조 평가사는 "공시가격 기준으로 증여하면 증여세를 아낄 수 있겠지만, 멀리보는 자산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감정평가를 받는다"며 "취득원가가 낮아질 경우 추후 양도 시 양도차익이 높아지고 양도세가 과다해지기 때문에, 지금 증여세를 조금 더 내더라도 추후 양도세를 덜 내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감정평가를 받는 게 낫다는 건 아니다"라며 "상속·증여세가 더 큰지, 감정평가 수수료와 양도세가 더 큰지 세무사나 평가사를 통해 검증받고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업 등이 토지를 매입할 때도 평가액 상향 요구가 유용할 수 있다. 이 이사는 "토지를 매입하고 싶은데 중개업소에서 이야기하는 가격이 미덥지 않다면 감정평가, 평가액 조정 등을 요청할 수 있다"며 "보통 이 같은 의뢰는 기업이 많이 하는데, 합리적인 금액에 매입하길 원한다면 평가액을 내려달라 하겠지만 평가액을 올려달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가격이 비싸도 반드시 매입해야 하는 땅이 있는데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면 설득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조정 여지는 평가사가 1명 초과로 늘어날 때 극히 희박해진다. 국책 사업으로 인해 토지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 사례다.
조 평가사는 "3기 신도시 등 국책 사업으로 토지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경우, 토지주 측 평가사가 아무리 전투적으로 어필한다 해도 반영률이 높지 않다"며 "토지 소유자 추천 평가사는 1명이지만 사업 시행자 측 평가사는 2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의 평가 결과가 불만족스러운 경우 재평가나 행정 소송까지 할 수도 있다"며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에 재평가 규정이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