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고려 말~20세기 초까지 경주부에 부임한 관리들의 명단을 기록한 경주부사선생안을 비롯해 경상도영주제명기, 재조본 대승법계무차별론 등 고려~조선 시대 전적류 총 3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보물 제2038호 경주부사선생안은 1523년(중종 18년) 경주부의 호장(고려·조선 시대 향리직의 우두머리) 김다경이 1361년(고려 공민왕 10년)에 작성한 고려 시대 선생안 ‘경주사 수호장 행안’을 바탕으로 편찬한 구안과 1741년(영조 17년) 이정신 등이 작성해 1910년까지 경주부사를 역임한 인물들을 추가로 기록한 신안으로 만든 2종 2책의 선생안이다.
선생안은 조선 시대 중앙과 지방의 각 기관과 관서에서 전임(前任) 관원의 성명·관직명·생년·본관 등을 적어놓은 책이다. 작성 시기를 기준으로, 등재 인물이 현임자의 전임자라는 데서 '선생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임한 연도와 업무를 맡은 날짜 등이 기록돼 해당 관청의 행정과 인사, 인물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경주부사선생안 구안은 고려 시대 선생안 내용이 반영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선생안으로, 신안은 추록을 통해 구안을 보완해 주는 자료라는 면에서 연속성을 지닌 중요한 자료다. 선생안은 지역을 달리해 여러 자료가 남아 있지만, 이 두 종의 경주부사선생안은 현존하는 선생안 중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르고, 고려 시대부터 1910년에 이르기까지 내용이 연계돼 역사적 완결성이 뛰어나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보물 제2039호 경상도영주제명기는 고려~조선 시대 중앙에서 파견해 경상도로 부임한 관찰사 명단을 수록한 2종 2책의 선생안으로, 각 1책씩 국립경주박물관과 상주향교 소장본(현 상주박물관에 위탁보관)으로 구성됐다.
경상도영주제명기는 조선 초기 문신 하연(1376~1453)이 1078년(고려 문종 32년)부터 부임한 역대 경상도 지역 관찰사(경상도영주)의 명단을 1426년(세종 8년) 처음 기록하여 제작한 이래 몇 차례의 추가 기록을 거쳐 완성한 것이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소장본은 이때 하연이 만든 경상도영주제명기로 표제는 ‘당하제명기’로 돼 있다.
국립경주박물관과 상주향교가 소장한 2종의 경상도영주제명기는 15세기 최초로 제작된 이후 19세기까지 추가돼 자료의 연속성이 있고 현존하는 관찰사 선생안 중 시기적으로 가장 이르고 내용과 형태적으로도 가장 완형에 가깝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역대 관리들의 명단인 ‘선생안’이 보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생안은 국공립 기관과 서원‧향교 등 전국적으로 약 150건 이상 많은 수량이 남아 있어 그동안 현황 파악에 한계가 있었지만, 학계의 연구가 진척돼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문화재 지정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선생안은 앞으로 고려~조선 시대 중앙과 지방 행정 체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문화재청은 기대하고 있다.
보물 제2040호 재조본 대승법계무차별론은 1244년(고려 고종 31년)에 판각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된 것으로 보이는 불교 경전으로, 본문 글자 끝의 세밀한 획이 비교적 선명하게 찍혀져 있고 제첨(표지가 아닌 다른 종이에 제목을 써서 붙임) 방식의 ‘개법장진언(불경을 펴는 진언, ‘법장’은 ‘법의 창고’라는 의미로 경전을 의미)’으로 볼 때 고려 말~조선 초기에 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재조본 대승법계무차별론’은 인출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고, 재조본 대장경 중 절첩(병풍처럼 펼쳐서 보는 책) 형태로 전래된 희귀본이다. 거란본 대장경의 교감 등을 통해 제작한 해인사 대장경의 완전성과 함께 인출 당시의 먹과 종이, 인출본의 유통, 장황 형식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불교사와 서지학적 의의가 크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