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교육평론가 이범 "SKY캐슬 효과...컨설팅 사교육 늘어날 것"

2019-02-11 10:52
  • 글자크기 설정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 혹시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 보셨나요?

스카이캐슬을 통해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입시의 부담감 그리고 경쟁 현실을 보여주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번 인터뷰는 이범 교육평론가와 스카이캐슬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교육 및 대학 입시의 방향성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Q. 평론가님께서 스카이캐슬을 보며 어떠한 생각이 드셨나요?

A. 저는 드라마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워낙 화제가 되고 기사들을 많이 보다 보니까 줄거리는 다 알게 됐는데, ‘편집된 현실’을 재미있게 꾸며냈다고 생각해요.

현실을 기반으로 하긴 했지만 정확히 그런 현상들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왜냐면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사는 화려한 모습은 재벌을 연상하는 수준인데 직업은 의사나 로스쿨 교수와 같은 전문직이에요.

근데 진짜 재벌들은 자기가 가진 지위를 상속을 통해 돈으로 물려줄 수 있기 때문에 학벌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아요. 실제 우리나라 재벌들 중에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대 동양사학과 87학번이고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89학번인데 그 이후에 우리나라 재벌 자녀들의 대부분이 유학을 갔어요.

유학을 보낸 건 '한국에서 보다 좋은 학벌을 가져라'라기보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글로벌화 되어 있기 때문에 영어나 경영학을 공부하고 인맥도 넓히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도 보고 오는 거예요.

그런데 전문직은 대한민국 평균보다는 부자이기는 하지만 큰 부자가 되기는 어려워서 전문직을 부의 규모를 측정하기 애매해서 자기가 가진 지위를 상속을 통해 물려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전문직은 공부를 잘했던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서 공부를 잘해서 성공한 경험들을 자녀에게 반복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전문직 문화가 강한 곳은 강남 대치동인데 처음부터 의사, 법조인, 교수들의 비율이 높았지요. 대치동보다 압구정동, 청담동이 더 부유한 편이고 진짜 재벌들은 한남동, 성북동, 평창동 등에 많이 살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이범 교육평론가 ]


Q. 우리나라 최고의 사교육 기관인 메가스터디 창립맴버이자 강사에서 교육평론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2002년에 메가스터디 주력 강사 한명이 댓글 알바를 쓰다가 걸려서 결국 메가스터디에서 쫓겨났어요. 그런데 2003년에 그 사람 말고도 댓글알바를 썼던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안 쓰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어요.

마치 그 사람만 댓글 알바를 썼다는 식의 왜곡된 정보를 줘서 그 사람을 쫓아내는 것에 저를 이용한 거예요. 그래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결국 몇 개월 동안 고민을 하다가 2003년 7월 여름방학 전에 갑자기 “그만두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 동안 고민을 하다가 2003년 11월까지만 가르치고 그만두겠다고 통보를 했어요.

그러다가 2004년 초에 공교롭게 EBS와 강남구청에서 학생들이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인터넷강의에 참여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아서 몇 년 더 강의를 했어요.

Q. 스카이캐슬과 같은 상황은 강남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이범 평론가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교육의 풍조가 강남에서 시작하면 몇 년에 걸쳐서 전국화 돼요. 원래 학종(학생부종합)이 입학사정관제 였잖아요? 그러다가 내용도 조금 바뀌고 이름도 학종이라고 바뀐 건데 저는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도입할 때부터 비판적이었어요.

입학사정관제의 원조가 미국인데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 모두 미국의 것이 좋다는 생각들이 많은데 대입제도가 대표적이에요.

미국식 입학사정관제가 굉장히 좋은 것처럼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처음부터 이것이 아이들에게 부담을 증가시키고 사교육을 유발할 확률도 크다고 얘기를 했어요. 어쨌든 들어와서 확대가 됐는데 본격적으로 경각심을 느낀 건 2016~2017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이었어요.

원래 강남은 학력수준이 높은 곳이라서 내신이 불리해서 전통적으로 내신이 반영되지 않는 수능으로 가거나 논술로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정시가 점점 줄고 학종이 점점 늘어나니까 내신이 불리해서 학종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썼던 강남에서 조차 2016년~2017년부터 학종 컨설팅 열풍이 불었어요.

강남 한복판에서 컨설팅 열풍이 분다는 것은 몇 년 안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곳부터 시작해서 전국화 된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교육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대치동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돼요. 왜냐면 그게 몇 년 후 우리나라 사교육의 방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요.

Q. 공정한 대입제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완벽하게 공정한 제도를 설계하려면 내신을 반영하면 안돼요. 내신을 반영하지 않는 나라가 대표적으로 영국과 프랑스이예요. 입시가 과목별로 모두 논술형인데 대입에서 입시 점수만 반영하고 내신은 반영을 안해요. 단, 시험이 객관식이 아닌 자기의 논리와 생각을 쓰는 논술형이어서 교육의 방향이 우리와 많이 다르죠.

그런데 독일의 경우는 대입에서 논술형 입시 점수도 반영하고 내신도 반영을 해요. 왜냐면 내신이 입시에 비해 공정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수행평가나 프로젝트처럼 좀더 다양한 역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거든요.

미국식 입시인 입학사정관제는 내신과 입시만이 아니라 비교과까지 반영하는데 비교과를 반영하면 굉장히 불공정해질 우려가 커져요. 제일 심각한 예가 소논문과 수상실적인데 예를 들어 나는 교내 대회 공지를 보고 경시대회 하나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내 친구는 부모와 사교육을 동원해서 세 개의 대회를 준비하는 경우를 보게 되요.

그러면 “세상이 이렇게 불공정한 게 있나”하고 난리가 나죠. 그래서 비교과가 가장 불공정한 거예요.

공정함이라고 얘기를 하는 게 굉장히 다른 의미가 두가지 있어요. 공정함을 ‘결과의 평등’이라고 얘기를 할 수 있고 ‘기회의 평등’이라고 얘기를 할 수도 있는데, ‘결과의 평등’을 놓고 공정함을 얘기하면 학종이 더 공정해요.

왜냐면 학종으로 뽑힌 애들이 수능으로 뽑힌 애들에 비해서 저소득층이 많고 강남 대비 강북이 많고 서울 대비 지방이 많은데 그건 학종에 내신이 많이 반영이 되니까 그런 거예요. 내신을 많이 반영하면 균등 선발효과가 나는데 학력이 높은 지역 4%나 학력이 낮은 지역 4%나 똑같은 1등급을 주잖아요.

이런 게 우리나라의 상대평가 내신이기 때문에 내신을 반영하면 균등선발 효과가 나서 ‘결과의 평등’이라는 측면으로 보면 조금 더 공정해보여요. 그런데 공정성을 ‘기회의 평등’ 측면에서 보면 학종은 상당히 불공정하게 보이게 되요.

내신과 입시는 나름 기회가 평등한데 비교과는 상당히 기회가 평등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제일 심한 게 소논문과 교내경시대회 수상실적이고. 하여튼 작년 대입공론화과정에서 학종과 수능 논쟁을 보면서 사람들이 쓰는 ‘공정’의 의미가 서로 다르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Q. 대치동만의 현상이 아닌 전국의 현상이 되어버린 입시지옥과 같은 상황에서 내가 더 ‘성공’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현실인데 이를 개혁하기 위하거나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교육 정책을 제안해본다면 어떠한 정책이 있을까요?

A. 우리나라 교육경쟁의 원인은 크게 80:20이라고 봐요. 80은 구조적 원인인데 크게 대학서열과 노동시장이 있어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대학서열이 제일 심한 나라예요.

그리고 노동시장은 소득이 직업 등에 따라서 격차가 심해지면 이런 것들이 경쟁을 다시 유발하게 되요. 그래서 대학서열과 노동시장으로 인한 경쟁이 80%를 차지한다면 입시제도(선발제도)로 인한 경쟁은 20%밖에 안 되는 거예요.

20%인 선발제도만 살펴보면, 난이도가 낮은 것이 높은 것보다 경쟁과 사교육을 줄이는데 유리해요. 수능이 됐건 내신이 됐건 논술이 됐건 난이도가 높아지면 사교육이 늘어나요.

우리나라 수능 난이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는데 예전에는 만점자가 한해 한명 나오거나 나오지 않다가 2012학년도에 갑자기 30명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때부터는 만점자가 꽤 나오죠.

이것이 수능 사교육을 줄이는데 기여한 부분이 있어요. 난이도 말고도 입시의 복잡성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복잡성이라는 건 엄밀히 말하면 ‘전형요소의 복합성’이에요.

예를 들어 내가 어떠한 전형을 골라서 그 전형으로 합격을 하려고 보니까 이 전형으로 합격하려면 A도 잘해야 되고 B도 잘해야 되고 해야 될 것이 많고 여러 가지 요소를 동시에 요구한다고 해 보세요. 그러다 보면 당연히 부담과 사교육이 올라가게 되죠.

학종이 그런 예인데 내신 성적이 반영되고 최저학력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수능도 반영되는 경우도 꽤 있고 그 밖에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 등 해야 될 것이 많은 거예요. 그러면 당연히 부담감이 커지죠.

선발제도로 국한해서 보면 난이도를 높지 않게 하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걸 개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


Q. 과도한 입시경쟁과 그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이 단단하게 뿌리내려진 것이 한국의 현실이지만, 다양한 곳에서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교육들이 공교육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벽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은 이렇게나 학생들을 병들게 하는 교육환경에 익숙해져버린 교육주체들의 인식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인식 변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인 노력이든, 사회적인 노력이든 상관없이 묻고 싶습니다!

A. 저는 인식 변화를 통해 뭔가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봐요. 앞서 대학서열이 OECD에서 제일 심한 나라라고 얘기를 했는데 내가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서 “이 대학 가느냐” “저 대학 가느냐”가 달라지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변별력이 중요해지잖아요.

변별을 수능으로 하자고 하면 애들이 다 학원으로 가고, 변별을 내신으로 하자고 하면 교실이 지옥이 되겠죠. 숙명여고 사건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되는 거예요. 변별을 비교과로 하자고 하면 너무 불공평해져요.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 변별을 해도 난리가 나는 거예요.

미세한 차이로 대학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서 인생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창의적 교육’은 불가능한 얘기가 되는 거예요.

Q. 학종을 줄이고 수능을 위주로 가자는 의견이 많은데 평론가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A. 저는 수능도 싫어하고 학종도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교과를 혁신해야지 왜 비교과를 갖다 붙이냐는 거예요. 교과는 그래도 기회가 평등하지만 비교과는 너무 불평등 하거든요. 미국의 것이 좋다고 해서 들여온 건데 심각한 거죠.

더구나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심한 건, 미국에서는 이 아이가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고 하면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 과학과목을 더 많이 수강신청을 해요. 그러니까 이 아이의 성적표만 봐도 이 아이가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는 것이 뻔히 보이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비교과는 추가적으로 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교과기록만 봐서는 내가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인지 보여주기 어렵잖아요. 비교과로 보여줘야 하는게 더 많으니까 오히려 미국보다 더 부담스러운 거죠. 그리고 수능은 내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인 출제자가 이미 정해놓은 정답만을 물어보겠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창의적인 교육이 안 되는 거예요. 저는 학종도 싫어하고 수능도 싫어하는 거예요. 장기적으로 창의적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과를 혁신하고, 입시나 평가는 논술형 위주로 가야 한다고 봐요. 비교과는 되도록 줄이고.

Q. 대부분의 정책들이 청소년들과 관련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어른들이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적용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정책들에 대한 평론가님의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A. 학생이 참여해서 만들어 나가는 교육정책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지지하는 편인데 우리나라 어른들은 부모가 해야 될 규율을 학교가 상당부분 떠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집에서 아이에게 공부를 시켜야 되는데 학교에서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기를 바라는 거예요.

그게 유난하다 보니까 학생들이 참여해서 만들어나가는 정책이나 학생들이 학교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부모들이 굉장히 우려를 하는 거예요. 요새 체벌금지라든가 교복·두발 자율화 등등 조금씩 달라지고 있잖아요.

근데 고등학생쯤 되면 학교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교에 있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들도 있는데 조희연 서울 교육감이 제일 잘한 정책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돈을 지원해주기로 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 돈을 남용할거라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성인도 사정이 열악한 사람에게 지원해 주면 남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많지 않아요. 상황이 열악할수록 자기를 위해 쓰게 되죠. 학교 밖 청소년들이 마음 기대고 의지할만한 곳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교육청 차원에서 그런 정책을 만든 건 굉장히 좋다고 봐요.

Q. 교육정책이 바뀌어야 된다고 하는데 입시지옥이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교육정책에서 경쟁을 심각하게 유발하는 원인이 대학인데 대학은 내버려두고 원인의 20%를 차지하는 대입제도만 전부인 것처럼 지지고 볶았으니 해결이 될 리가 별로 없죠. 그래서 결국 대학시스템을 어떻게 손 볼 것이냐로 가야 되는데 지난 20년간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대학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꾼 적이 없어요. 대학 자율에 초점을 맞추고 몇가지 지원하는 정도에 불과한 거죠. 그러면서 정책을 선발정책에 초점을 맞춘 거고.

Q. SKY 그리고 중앙대 경희대 외대 시립대 등 대학 서열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대학서열의 기원은 일제강점기예요. 일본에 제국대라고 불리던 거점국립대학들이 있는데 우리는 동경대(토쿄대)만 생각하지만 노벨상수상자를 제일 많이 배출한 대학은 경도대(쿄토대)예요.

옛 제국대학들은 대단한 위상을 가진 대학들인데 제국대 중에 두 개가 일본 밖 식민지에 있었어요. 그중에 하나가 지금의 서울대인 경성제국대학이에요.

그리고 지금의 국립 대만대인 대북제국대학인데 그래서 이미 일제강점기에 경성제국대학은 톱이었어요. 당연히 교수진도 굉장히 좋고 지원도 많이 받았죠. 그리고 연희전문학교와 보성전문학교가 지금의 연세대와 고려대인데 이 둘은 서울대보다 밑이었어요. 그래서 대학서열은 일제강점기에 이미 시작이 된 거예요.

해방 이후에 사립대를 중심으로 대학이 늘면서 대학서열이 계속 늘어나고 복잡해졌어요. 우리가 생각을 바꾼다고 해서 대학서열이 사라지거나 무의미해지지 않아요.

서울대와 연고대를 비교했을 때 서울대가 연고대보다 교육의 질이 더 낮나요? 아니죠. 더 높거나 적어도 비슷하겠죠. 등록금은 서울대와 연고대 중에 어디가 더 싸요? 서울대가 더 싸죠.

그러면 서울대와 연고대에 동시에 합격하면 어디 갈 거예요? 서울대죠. 서울대가 가성비가 더 높다는 얘기에요.

또 예를 들어서 교수 1인당 학생비율이 낮은 게 좋은 대학이겠죠. 연고대하고 중앙대 중에 어디가 더 여건이 좋을 거 같아요? 연고대가 더 좋잖아요.

그리고 서울대 학생 1인당 정부가 교육에 지원하는 액수와 같은 국립대인 부산대 학생 1인당 정부가 교육비로 지원하는 액수 중에 어디가 더 클 거 같아요? 서울대가 50%정도 더 커요. 그러니까 당연히 부산대하고 서울대 동시에 붙으면 서울대를 가게 되는 거죠.

제가 지금 선후배 학벌 네트워크를 얘기하지 않고도 설명했어요. 그러니까 대학서열이 관념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기반이 그렇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대학서열은 간단히 없애거나 완화시키기 어려워요. 파격적인 대책이 있어야 해요.

Q. 대학을 배움을 위한 곳보다는 성공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제가 대학에 들어간 게 88년인데 심지어 그 전에도 SKY라는 말은 있었어요. “명문대 가서 성공하자” 그런 건 출세나 성공이라는 세속적인 용어로 표현해서 그런 거고 쉽게 얘기하면 ‘잘되기 경쟁’이예요.

지금도 심지어 대치동에 이사가서 명문대 보내려고 하고 의대 보내려고 하는 건 이런 것과 연관이 있는 건데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IMF 외환위기 이후에 급격하게 심해졌는데 사회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좋은 일자리가 25%있고 그렇지 않은 일자리가 75%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이 상황을 학부모들이 보면 당연히 우리아이가 사회로 첫발을 디딜 때부터 25%로 들어 가기를 바랄 거예요. 그래서 나온 말이 인서울, 지거국(지방거점국립대)이에요.

90년대까지 SKY라는 말은 있었지만 인서울이라는 말은 듣지도 못한 말이에요. 인서울·지거국은 처음 사회로 첫발을 디딜 때부터 상위25%로 들어가려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공채를 통과해야 되는데 대기업과 중견기업 공채 서류심사에 통과하기 위한 조건이 대략 인서울·지거국이에요.

이건 전통적인 출세경쟁 성공경쟁과 달리 어떻게 하면 75%에서 멀어질까를 바라보는, 즉 공포에서 멀어지기 위한 경쟁이에요.

결국 전통적인 출세경쟁이 여전히 살아있는 가운데 공포경쟁이 덧붙은 거예요. “어떻게 하면 내가, 또는 우리 아이가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부터 상위 25%에서 출발할 수 있나”
그 마지노선이 인서울·지거국이라고 보는 거예요.

그래서 인서울 상위 대학으로 갈수록 공포로부터 멀어진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그 현실적 근거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서류심사의 마지노선이 대략 그 정도라는 것이고 말이죠.

그러니까 좋은 대학 보내려고 부모들이 노력하는 것에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거예요.

Q. 스카이캐슬을 통해 어떠한 변화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시나요?

A.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컨설팅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부동산투기를 하는 사람들의 추악하고 황당한 행동들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나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뒤끝은 어떻게 될까요? “나도 저 방법으로 투기를 해볼까” 이렇게 생각하게 되죠.

그러니까 그 드라마가 아무리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고 할지라도, 이를 통해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치 사람들이 부동산 드라마를 통해서 부동산 투기에 관심을 갖듯이 스카이캐슬을 통해서 “우리 아이도 코디를 붙여볼까?”하거나 코디는 아니더라도 컨설팅 해준다는데 거기 데려가게 되는 거죠.

Q. 마지막으로 입시 및 교육정책을 만들어나가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제가 서울시교육청에서 정책보좌관을 2년4개월 정도 했는데 충격을 받은 게 교육청 정책담당자들이 학원 설명회를 안 가 봐요. 심지어 사교육 정책 담당자도 학원 설명회에 안 가 봐요. 가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소수에요.

그러니까 학부모들이 보기에는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 나온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교육정책 틀 안에서도 시야를 넓혀야 되고 입시설명회도 가봐야 되고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나를 이해해야 돼요. 동시에 교육정책이라는 틀 안에 갇히지 말고 시야를 더 넓혀야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이범 교육평론가와 ]


여러분 혹시 이번 이범 교육평론가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교육청의 정책담당자들이 현장에 가보지 않는다는 것에 매우 놀랐는데요.

이번 인터뷰와 스카이캐슬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이 나오는 계기가 되어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입시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