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목표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리더다. AI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삼성은 매년 5억대 이상 개발·판매하는 디바이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AI를 실현할 것이다."
래리 헥 삼성전자 미국 실리콘밸리 AI 연구센터 전무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삼성전자 DSA(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미주 총괄)에서 삼성의 AI 비전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헥 전무는 현재 AI는 식당 예약 등과 같은 간단한 작업에는 탁월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유용한, 개인화된 AI'라는 '신뢰'는 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사용자가 원하는 건 '나만의 AI'
헥 전무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개개인에 최적화된, 지극히 개인적인 AI라고 봤다.
그는 "사람들은 식당을 예약하거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넘어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들을 AI가 수행하길 기대한다"며 "나만을 위한 AI 기능을 기기에 넣길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AI 어시스턴트들이 한 두 개의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개발돼 해당 기기의 사용에만 적합하다면, 향후 AI 플랫폼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기들이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 사용자 특성이 반영된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기기에 AI 플랫폼을 탑재하고 각 디바이스들은 음성·시각·터치·모션 등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 유기적으로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AI를 통해 영화를 예매할 때 음성으로 특정 좌석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만, TV나 냉장고의 스크린을 통해 좌석표를 보여준다면 보다 손쉽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헥 전무는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 TV, 스마트가전, 스마트폰 등 커넥티드 디바이스들을 매년 5억대 이상 개발, 판매하고 있고,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강점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해 AI 어시스턴트를 부를 때, 시스템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집안의 모든 기기들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여러 분야에 걸쳐 좋은 제품이 있어야 하는데 삼성이 바로 그렇다"고 말했다.
헥 전무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개발하는 등 구글 AI 개발 총괄직을 수행하다가 지난 2017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같은 점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또 삼성이 2016년 애플의 '시리'를 개발했던 AI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하고, 애플과 달리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 서드파티 개발자와 협업·사용자 학습 중요
헥 전무는 개인화된 AI 구현을 위해서는 서드파티 개발자들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는 "삼성이 제1 개발자라고 한다면, 그 다음은 빅스비 개발 도구(SDK)인 '빅스비 스튜디오'를 이용해 함께 개발하는 제3의 개발자들이 있다"며 "삼성은 더욱 향상된 개발자 툴을 만들어 서드 파티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드 파티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개입돼 AI가 배우게 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도 덧붙였다.
예를 들어 갤럭시홈에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상영관 중 맨 뒷자리를 예약해달라고 할 경우, 빅스비는 '맨 뒷열'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고 답한다. 그러면 사용자는 영화 예매 애플리케이션인 '판당고'로 가서 방법을 가르쳐 준다. 이 인터랙션을 모바일 기기에 배우게 하면, 다음번에 같은 질문을 할 경우 빅스비가 응답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헥 전무는 "AI가 다양한 기기들과 그 기기들에 탑재된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취향과 요구를 이해하게 될 때 배움의 속도가 빨라지고 정확도는 높아질 것"이라며 "북미 AI센터들은 사용자의 삶에 편리함을 주고 삼성전자의 미래사업 발굴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