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中 로봇청소기,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 접수하다

2024-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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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판매량 1위 로보락, 내수 부진 속 수출이 매출 견인

기술 혁신이 핵심 성장 동력...5년간 투자 비용 4000억원 달해 

최대 라이벌 에코백스도 수출로 눈 돌려...작년 해외 매출 비중 40% 

로보락 로봇청소기 시리즈 사진로보락
로보락 로봇청소기 시리즈 [사진=로보락]



중국이 추진하는 ‘기술 굴기(堀起·솟아 오름)’의 기세가 무섭다. 미국 등 서방이 집중 견제하고 있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TV와 로봇청소기 등 가전에서까지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제는 ‘가성비’가 아닌 기술력을 승부수로 내세워 세계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활약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로봇청소기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을 비롯해 고정밀 내비게이션, 매핑(지도 제작) 등의 첨단 기술 집약체이기 때문이다.

중국 로봇청소기업계의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한국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 로보락(중국명 스터우커지)이다. 중국 매체 자커는 “전기차와 배터리, 전자상거래 기업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로보락은 첨단기술 기업 해외 진출의 교과서가 됐다”고 말했다.

 

기술력 앞세워 샤오미 의존도 줄여...내수 부진 해결한 수출 전략

2014년 탄생한 로보락은 설립 두 달 만에 중국 대표 가전기업 샤오미의 투자를 받으며 ‘샤오미 생태계’에 합류했다. 샤오미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로봇청소기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었지만, 투자금을 제공한 샤오미에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해야 했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졌고 로보락은 2017년부터 자사 이름을 내건 로봇청소기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독립’을 결심할 수 있었던 자신감은 자율주행의 핵심인 라이다(LiDAR) 기술에 있었다. 로보락은 라이다 센서에 SLAM(위치 추정 및 지도 작성) 알고리즘이 더해진 로봇청소기를 창업 2년 만에 내놨고, 출시 3개월 만에 1억8300만 위안(약 347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석 달간 판매량이 2500대 남짓이었지만, 지난해 자율주행차 모델을 출시한 것만 봐도 로보락의 라이다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수 있다. 로보락은 2016년 100%였던 샤오미 매출 비중을 2020년에는 9%까지 줄였다.


2020년 2월 중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로보락은 주가가 1년 만에 1600%나 뛰며 ‘로봇청소기 업계의 마오타이(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된 데다 ‘란런(懒人·게으른 사람) 경제’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로봇청소기 인기가 치솟았고, 주가와 매출도 고공 행진했다.

그러나 초호황기는 1년에 불과했다. 지난 2년 동안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중국 가전업계에도 내수 부진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판매 둔화는 업체 간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고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게 됐다. 다만 로보락에게 이는 오히려 수출 경쟁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였다. 취안강(全剛) 로보락 부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로보락은 설립 초기부터 전 세계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술 혁신이 핵심 성장 동력...5년간 투자 비용 4000억원 달해 
사진로보락
지난 3월 로보락이 공개한 'V20'의 두께는 8.2cm로 현존 로봇청소기 중 가장 얇다. [사진=로보락]


그리고 지난해 로보락은 로봇청소기 판매량 세계 1위(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조사)로 올라섰다. 당해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21% 성장한 42억3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매체들은 로보락의 성장 동력에 대해 “장기적이고 강도 높은 투자를 통한 지속적인 제품 및 기술 혁신”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1분기 로보락의 연구개발(R&D) 비용은 1억9500만 위안에 달해 전년 대비 48%나 늘었다. 지난 3년 동안 매출 대비 R&D 비용 비율은 줄곧 7%대를 유지해 왔다. 중국 업계 1위인 에코백스(중국명 커워스)의 4%를 크게 웃돈 수준이다. 지난 5년간의 누적 R&D 비용은 20억5000만 위안(약 3916억원)에 달한다. 또한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고정밀 내비게이션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AI연구원, 전기기계연구원, 광전(光電)연구원 등 3곳의 연구원을 두고 있으며 연구 인력은 493명으로 전체 인력의 56%를 차지한다. 이 역시 에코백스의 R&D 인력 비율인 17.98%(1600명)보다 훨씬 높다.

지난 3월 선보인 신제품 ‘V20’도 차량용 반도체 선두 기업인 독일의 인피니언, 애플 카메라모듈 공급업체였던 중국의 오필름 등과 함께 5년 동안 기술 개발에 매달린 결과물이다. V20은 로보락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중 광원 고체 레이저 기술을 탑재해 장애물 회피 및 위치 추정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반면 두께는 8.2㎝로 이전 모델에 비해 무려 2㎝ 줄여 현존 로봇청소기 중 가장 얇다. 사후서비스(AS)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로보락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네덜란드, 폴란드, 독일  등 주요 해외시장에 해외법인을 설립해 AS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타깃과 월마트, 아마존 등 미국 온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속도를 내며 미국 시장 공략에도 힘쓰고 있다.

자료아주경제DB
[자료=아주경제DB]
최대 라이벌 에코백스도 수출로 눈 돌려...작년 해외 매출 비중 40% 
지난해 에코백스가 유럽 시장 공략 목적으로 출시한 로봇잔디깎이 사진에코백스
지난해 에코백스가 유럽 시장 공략 목적으로 출시한 로봇 잔디깎이. [사진=에코백스]


로보락의 최대 라이벌 에코백스 역시 한동안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으나 최근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에코백스의 1분기 매출은 34억74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매출 성장률은 지난 5분기 중 가장 높았다. 해외 사업이 빠르게 성장한 덕이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에코백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25%포인트가 증가하며 40%를 넘어섰다. 해외 사업 매출총이익률은 52%로 국내 사업(44%)보다 훨씬 높다. 애널리스트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급속한 성장이 올해 에코백스 순이익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8년 진공청소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업계에 진입한 에코백스는 2000년 홈 서비스 로봇 R&D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독자적인 로봇청소기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전통 강자였던 에코백스 매출은 2017년 45억5100만 위안으로 같은 해 로보락 매출(11억1900만 위안)의 4배에 달했다. 하지만 기술력으로 무장한 로보락이 빠르게 추격한 결과 2019년 에코백스와 로보락 매출은 각각 53억1200만 위안, 42억5000만 위안으로 격차가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이에 에코백스도 수출에 박차를 가해 업계 1위 자리를 지켜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에는 로봇청소기 장점을 살린 로봇 잔디깎이를 선보이면서, 유럽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41% 가까이 증가했다. 에코백스 산하 스마트가전 브랜드인 티네코는 미국 시장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미국 내 2000여 곳의 타깃 매장 중 1800곳에 입점해 있어 미국 브랜드로 인식하는 소비자도 적잖다.

로봇청소기 시장 잠재력이 아직 큰 만큼 로보락과 에코백스 등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향후 더욱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IDC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청소기 출하량은 2023년 1852만대에서 2028년에는 25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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