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3차례에서 4차례로 늘리면 우리 주식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당장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바람에 코스피는 곤두박질쳤다. 원·달러 환율도 다시 1080원을 넘어섰다. 그래도 주요 증권사는 비관론으로 돌아서지 않았다. 미국 금리 인상은 경기 개선에 힘입은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증시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4% 내린 2423.48을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9원 오른 1083.1원에 거래를 마쳤다. 약 보름 만에 최고치다.
다른 아시아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일본 닛케이지수(-0.99%)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20%), 대만 가권지수(-1.43%)가 나란히 추락했다.
미국 연준은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75∼2.00%로 인상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격차는 상단(2.00%)을 기준으로 10년 11개월 만에 최대(0.50%포인트)로 벌어졌다.
연간 금리 인상 횟수에 대한 전망도 3차례에서 4차례로 늘어났다. 이미 올해 3·6월에 올렸고, 오는 9·12월에도 추가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 횟수에 대한 예상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불안심리를 키웠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 주식을 4716억원어치 팔아치웠다. 3거래일 누적으로는 604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요 증권사는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금리뿐 아니라 수많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한·미 금리 역전이 곧 자금 유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과거 금리 역전기에도 타격 크지 않아
한·미 금리가 처음 역전됐을 무렵인 1999년 7월∼2001년 3월에는 우리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46억8000만달러 순유출됐다. 하지만 주식시장으로는 235억달러가 들어왔다.
2차 역전기(2005년 8월∼2007년 9월)에는 채권시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만 228억9000만달러어치를 팔았다.
미국 초과지급준비금리(IOER) 인상폭 축소나 중립금리 유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IOER은 시중은행에서 예치한 지급준비금 초과분에 대해 제공하는 이자다. 이는 기준금리 목표범위에서 상단 역할을 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OER 금리 인상폭을 20bp(1bp=0.01%포인트)로 제한했고, 이는 우려를 완화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중립금리도 2.9%로 유지했다"라며 "여전히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하반기 달러 약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는 점도 우리 증시에 호재다. 연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3.8%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추가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하반기 미국 물가 동향이다. 물가 하락은 금리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