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기획재정부의 3월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수는 8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2000억원(2.5%) 줄었다. 국세 수입은 1~2월 증가세를 보이다가 3월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예산 대비 진도율은 23.1%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인 25.9%보다 2.8%포인트 낮은 수치다. 56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지난해 3월(25.3%)보다도 낮다.
세수가 줄어든 건 법인세 감소 영향이다. 12월 말 결산법인이 지난해 사업 실적을 기초로 신고하는 법인세 납부 실적이 3월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3월 법인세 수입은 15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6000억원(26.9%) 급감했다. 1분기 누계 법인세도 18조7000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5조5000억원(22.8%) 줄었다.
윤수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지난해 상저하고 경기 회복을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느린 회복세를 나타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며 "적자 기업이 늘어나면서 법인세 감소 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1분기 소득세 수입은 27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000억원(2.5%) 줄었다.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소득세가 늘었지만 기업들의 성과급 감소로 근로소득세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근로소득세는 전년 동기 대비 1조7000억원 줄어든 16조8000억원에 그쳤다. 상속증여세도 부동산 거래 감소 탓에 3000억원, 관세는 수입 감소 등으로 2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인세와 소득세가 동시에 쪼그라들면 세수 펑크를 피할 도리가 없다.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본예산 대비 56조4000억원이나 모자랐는데 올해도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세수 여건 악화, 극단적인 여소야대 국회 등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부가 추진을 공언한 다수의 감세 정책이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안이다.
이 밖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비과세 한도 상향, 상속세 완화 논의 등도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온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연장을 포함한 각종 세액공제도 세제 혜택 제공에 기반한 정책이라 재정 당국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상 재정 위기가 온 상황과 다를 바 없다"며 "재정 관리의 방향성을 다시 수립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말한 금투세 폐지 등 주요 감세 정책은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