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그룹 백퍼센트는 지난 2012년 9월 가요계에 데뷔해, 올해로 6년차를 맞이한 내공의 아이돌이다. 그러나 쉼없이 달리지는 못했었다. 그게 타의였든 자의였든지 간에 말이다. 한 해에도 수십, 수백 팀의 아이돌 그룹이 태어났다가 사라지를 반복하는 가요계 시장에서, 오직 하고 싶단 이유만으로 꽤나 긴 시간을 버텨온 이들이 이제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10월, 2년 3개월만의 공백기를 깨고 컴백한 뒤 4개월 만에 이른 컴백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데뷔 이후 이렇게 빠른 컴백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지난달 22일 새 앨범 ‘스케치북’의 타이틀곡 ‘어디 있니’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그룹 백퍼센트(민우 록현 종환 혁진 찬용) 멤버들을 서울 강남의 티오피미디어 사옥에서 만났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생기발랄했다.
사실 인터뷰 전에 혹여나, 오래된 아이돌 그룹 생활동안 지쳐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소속사 문을 여는 순간과 동시에 터져나오는 웃음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멤버 할 것 없이 흥 넘치고 재미있고 유쾌한 그룹이 바로 백퍼센트였다. 그 중 가장 흥이 많고 즐거운 멤버로 리더 민우를 꼽았다. 민우 역시 이를 인정하듯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흥부자 그룹인 만큼, 가장 즐거웠던 일을 이야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건 제가 이가 빠진 적이 있었어요. 하하하. 예전에 스케줄 끝나고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제 앞니가 라미네이트를 해서 의치거든요?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너무 격하게 먹었는지 앞니가 쑥 빠져버린거에요. (웃음) 그런데 저는 치아가 빠진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멤버들과 이야기하다가 앞니가 없는 걸 눈치챘었어요. 그때 야외 공연을 앞두고 있었는데, 며칠간 앞니가 없는 상태에서 공연을 해야해서 마이크로 입을 가렸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민우)
백퍼센트와의 인터뷰는 웃음이 끊이질 않고 시종일관 즐거웠다. 이렇게 흥 많은 멤버들에게 과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백퍼센트는 지난 2014년 멤버 상훈의 탈퇴 이후 2016년 창범의 탈퇴까지 이어지며 우여곡절이 많은 시기를 지냈다. 그러는 동안 멤버 민우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했으며, 이 때문에 2014년 이후 완전체 활동을 꽤 오래 쉬게 됐다. 그리고 약 2년 3개월이라는 긴 공백기를 지냈다. 그렇게 6년이 훌쩍 지났다.
“참 여러 우여곡절들이 많았던 시간들이었어요. 혹자들은 저희가 되게 불쌍하다고 말씀하시기도 하는데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더 빨리 시련을 맞아버리다보니 오히려 저희끼리 더 뭉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그룹들이 활동하다보면 시작부터 생각하지 못했던 결함과 구멍들이 생기고 사이가 틀어져버릴 수 있잖아요. 그렇지만 저희는 다질 수 있는 시간들이 충분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저희가 맞이할 수 있는 시련들이 다가오더라도 이제 같이 싸울 수 있는 결집력과 힘이 생긴 기분이에요. 참 감사했던 시간들이죠.” (민우)
2년 3개월의 공백은 백퍼센트에게는 힘들면서도 가장 소중했던 시기였다. 물론 이 역시 지났기 때문에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터다. 당시엔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지칠 때가 많았음을 고백했다.
“사실 이대로 백퍼센트가 없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민우)
“민우 형이 군대에 들어가고 나서 저희도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각자 힐링할 수 있는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여행도 가고 모여서 이야기도 많이 했죠. 그런 시간들 빼고는 그래도 꾸준히 연습을 했어요. 공백기라고 해서 연습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거든요.” (혁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죠. 답이 없어보였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고민을 했었는데, 포기한다는 느낌이 드는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모여서 우리 조금만 더 모여서 해보자. 잘해보자고 다짐했죠.” (록현)
다시 마음 다잡고 해보자고 했던 결정적인 순간은 바로 맏형이자 리더인 민우의 한 마디에서부터 비롯됐다.
“민우 형이 했던 말이 가장 와닿았어요. 형이 ‘백퍼센트 없어지면 후회할 것 같지 않냐’고요. 그때 다시 해보자는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혁진)
“멤버들 모두 무대에 대한 욕심이 강했던 친구들이거든요. 공백기가 너무 많이 길어졌고, 불투명한 미래에 지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끼리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하고 싶은 것들과 방향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끈끈해졌던 것 같아요. (웃음)” (민우)
멤버들은 불안하고 방황했던 시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아이돌을 시작한 걸 후회해본적은 없다고 했다.
“후회한 적은 없었어요. 멤버 모두가 다 같은 마음이겠지만 정말 하고 싶어서 들어온 회사죠. 물론 원망도 있었겠지만 고마운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혁진)
그렇게 모진 세상에 내던져 졌고, 거친 풍파에 휩쓸리고 구르고 구르면서 더 반듯한 모양으로 다듬어 질 수 있었던 백퍼센트다. 소위 말하는 ‘한 방’은 없는 그룹이겠지만 멤버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한 방에 뜨는 그룹보단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가자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저희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공백기가 길었던 것도 있고요.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저희를 아시는 분들도 많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민우)
조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열정이 없는 건 아니다. 백퍼센트는 자신들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시간을 두고 조금씩 대중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그리고 긴 공백기에도 지치지 않고 자신들만 기다려준 팬들에게는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고마움을 전했다.
“아이돌 홍수시대라고 하잖아요. TV만 틀면 새로운 아이돌들이 나오는데, 의리만으로도 잘 될거라는 믿음 하나로 기다려주고 지켜주신 팬들을 보면 그 어떤 말로도 부족한 것 같아요. 너무 고마워요.” (민우)
백퍼센트는 2017년을 가장 특별한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신들이 그리던 목표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백퍼센트에게 물었다. 어떤 그룹이 되고 싶냐고.
“‘믿듣백’이 되고 싶어요. 믿고듣는 백퍼센트요. (웃음) 팬덤이 더 커지고 음원이 나올 때마다 1등을 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음악은 참 괜찮다는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노래가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면 결국엔 저희 노래를 기다려주시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날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대중분들에게 살아있고 싶어요. 더 강렬하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그걸 벗어나진 않고 앨범을 한 장 한 장 낼 때도 귀로 만족을 드릴 수 있는 그룹이라는 믿음을 드리게 오래 갈 수 있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도록 저희도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