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지난해 가구소득·소비·분배 지표가 모두 추락했다. 제조업 불황, 높은 실업률 등으로 가구소득 증가 폭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지출 역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전국 2인가구 이상)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소득별로 보면 사업소득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소득 지표가 악화됐다. 특히 가구소득 중 비중이 가장 큰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294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1.0% 늘어났다. 1.6%의 증가율을 보인 전년보다 증가 폭이 0.6%포인트 떨어졌다.
이전소득은 44만6000원으로 기초연금 도입 효과 감소 등 영향으로 증가폭이 9.4%에서 2.1%로 둔화됐다.
저금리 등 영향으로 월평균 재산소득은 16만1000원을 기록, 전년보다 18.4% 줄어 들어 역대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사업소득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감소했던 기저효과 등 영향으로 플러스로 전환하며 1.5% 늘어났다.
경조소득, 퇴직수당 등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비경상소득은 12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14.5% 줄었다.
문제는 물가 인상을 반영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이 전년보다 0.4% 줄어다는 것이다.
가구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 여파에 몸살을 앓던 2009년 1.5% 줄어든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가구 실직소득 증가 폭은 2015년 전년보다 0.9% 줄어들며 2년 만에 0%대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말았다.
소득 기반이 악화하면서 가처분소득 증가 폭도 크게 둔화됐다.
가처분소득은 소득에서 세금·연금·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뺀 것으로 통상적으로 의식주 생활을 위해 한 가구가 실제로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을 뜻한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358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던 2009년(0.7%)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1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09년 3분기 0.8% 줄어든 이후 증가 폭이 가장 낮은 수치고 4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저다.
사업소득(2.2%), 공적연금 등 이전소득(2.9%) 등은 증가했지만 근로소득 증가폭이 0.4%로 쪼그라들며 소득 증가의 발목을 잡았다.
4분기 실질 가구소득은 1.2% 줄어들며 0.1% 줄어든 전분기보다 감소 폭이 커졌고 4분기 기준으로 6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354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가계 소비지출은 사상 처음으로 뒷걸음질 쳤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원으로 1년 전보다 0.5% 감소하며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실제 물가 상승 효과를 제거한 실질 월평균 소비지출은 1.5% 감소했다.
평균소비성향은 71.1%로 0.9%포인트 하락하며 5년 연속으로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9.7%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이자 사상 처음으로 60%대로 내려앉았다.
고용 한파가 주로 소득 기반이 취약한 저소득층에 집중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년 개선되던 분배 지표는 지난해 다시 악화되고 말았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5.6% 감소하며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34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이런 영향으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져 소득 5분위 배율은 전년(4.22배)보다 더 악화된 4.48배를 기록했다.
2008년 4.98배를 기록한 이후 매년 줄어들던 소득 5분위 배율이 8년 만에 다시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소비 여력을 늘리기 위해 근로·사업소득 확충에 주력하면서 민생 안정을 위해 취약계층 지원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예산 조기 집행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청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며 "저소득층 생계지원과 핵심생계비 부담 경감 노력도 계속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