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자·격리 대상자 속출에도 음압시설 갖춘 병상 겨우 150개
- 의사 간호사 수급 차질도 우려
- 사망자 발생 후 일반인 병원 기피
- 운영 차질에 일부 휴원 준비 중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은정(31·여)씨는 지난 금요일 아들(5) 체온이 39.4도까지고 올라 크게 긴장했다. 경기 북부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환자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감기로 판명됐지만 공포는 여전하다. 김씨는 "주변을 보면 메르스 때문에 예방접종 등을 미루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진료시설과 인력난을 호소하고, 병원 방문을 꺼리는 일반 환자들로 인해 운영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5명의 메르스 환자가 새로 확인, 국내 메르스 누적환자 수는 30명으로 증가했다. 3차 감염자도 이날 확인된 1명을 포함해 총 3명으로 늘었다.
격리 대상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를 기준으로 격리 대상자는 전날보다 573명 많은 1364명에 달한다. 기존 격리자 103명과 자택 격리자 1261명을 합한 숫자다. 최근 격리에서 해제된 52명을 더할 경우 누적 격리자는 1416명에 이른다.
이처럼 감염자와 격리 대상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시설과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정부는 감염병 치료를 위해 전국 17개 병원에 격리병상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치료에 필수적인 음압시설(압력 차를 이용해 병실 공기를 정화해 밖으로 배출하는 장치)을 갖춘 격리병상은 105개에 불과하다.
현재 속도로 환자가 증가한다면 의사나 간호사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병과 달리 메르스 환자에게는 의사와 간호사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병원 운영 자체도 어려워지고 있다.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A병원의 중환자실 의료진 50여명은 아직까지 정상 근무 중이다. 병원 측은 "의료진 모두를 격리하면 병동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밝혔다.
환자가 거쳐 간 병원들도 빗발치는 문의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의심 환자를 진료한 서울의 B병원과 C병원은 최근 진료 취소와 함께 소문의 진위를 묻는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B병원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외래 환자가 뚝 끊겼다"며 "'휴원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협박전화도 온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의 병원 기피 현상도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기존에 예약했던 진료를 취소하는 것은 물론 병원 방문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메르스 감염자가 집중된 경기도에 있는 한 병원 관계자는 "사망자 발생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메르스가 계속 확산된다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 질 것이다"고 토로했다.
일부 병원은 이를 버티지 못하고 휴원을 준비 중이다. 2명의 메르스 환자가 나온 대전의 D병원과 E병원은 임시로 병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지난달 29일에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경기도 평택의 F병원은 이미 휴원에 들어갔다. 메르스 감염자 30명 가운데 무려 25명이 이 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