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가 뭐길래..주가 빠지기를 기다리는 회장님들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약세장이 장기화되자 이를 활용한 일부 상장사 대주주들의 '주식 물려주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식 상속의 경우 주식 가격(시가)에 비례해 세금액이 산정되는 만큼, 주가가 크게 떨어졌을 때 주식을 증여해 절세효과를 누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더 내리기를 기다리며 몇 번씩 증여 일정을 연기한 사례도 나타날 정도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대한유화공업은 전일 이정호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24만6263주(발행주식 대비 3.79%)를 그의 아들인 이순규 회장을 비롯한 10명의 친인척들에게 증여했다. 퍼시스의 창업주이자 회장인 손동창씨는 지난 16일 주당 2만9600원에 자신의 보유지분 중 8만주를 4명의 자녀와 3명의 손자에게 증여했다. 세방전지의 최대주주인 이상희 스펙 사장도 지난 4일 이의순 세방그룹 회장 장남인 이상웅 부회장과 이려몽씨에게 보유하고 있던 주식 가운데 24만7098주를 증여했다. 코스닥 일진에너지 이상배 부회장은 지난 7일 조카인 이광섭씨에게 보유주식을 모두 증여하기도 했다.

대한유화 주가는 연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말 대비 24.25% 하락한 상태다. 연중 최고점인 지난 2월 10일 12만1500원 대비로는 44.20% 추락했다. 특히 이번 상속이 이 명예회장이 지난해 11월 별세한 이후 이뤄진 상속임에도 별세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지분 이동이 이뤄졌다.

사무용 가구업체로 유명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퍼시스 주가는 2월 초 3만4000원선까지 치솟았으나 증여를 할 당시에는 3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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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코스닥 기업인 일진에너지 주가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이상배 부회장은 같은 회사의 부사장으로 있는 자신의 조카인 이광섭씨에게 보유하고 있던 65만4000주(4.3%)를 모두 증여했다. 이 부사장은 주당 5010원에 취득했는데, 이는 연중 최저점 수준에 해당된다. 이번 증여 이후 이 부사장은 30일 종가 기준으로 4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둬들였다.

납축전지 업체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세방전지의 경우 최대주주가 증여한 시점의 주가는 주당 4만4200원으로 연중 최고점인 지난 2월 23일 4만8350원 대비 8.58% 떨어진 시점이었다.

약세장에서 증여가 몰리는 이유는 세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증여 대상 재산이 상장종목의 주식일 경우 과세표준 산정기준이 되는 증여재산가액을 정하기 위해서는 증여 결정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약 120일간의 주가평균이 중요해진다. 증여주식 수와 이 기간의 주가평균을 곱한 금액이 증여재산가액이 된다. 이 증여재산가액에서 법규에서 정한 일정 부분을 가감한 후 산정되는 금액이 과세표준이 된다. 즉 횡보장세가 지속되거나 하락추세가 지속될 때일수록 증여세를 절감할 수 있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1억원 이하일 경우 10%,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일 경우 20%,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일 경우 30%, 10억원 이상 30억원 미만일 경우 40%, 30억원 이상일 경우 50%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작년 8~9월 폭락장에서 증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다가 이번 급락시기를 증여 기회로 보는 주주들과 고객들이 꽤 있다"며 "지난 2008~2009년 약세장 때도 증여 관련 문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도별 증여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던 2008년에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 증여·상속이 205건으로 가장 많았고, 2009년 203건, 2007년 141건, 2010년 112건의 순이었다. 지난해 8~9월 폭락기에도 주식 증여·상속 관련 공시는 2010년보다도 2.5배 수준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