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가 신흥국 증시 발목 잡나

2011-01-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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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가치 상승·고금리 등 해외투자자 대규모 이탈

동남아시아 증시 추이(출처 톰슨로이터=WSJ)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지난해 최고의 성장세를 보였던 신흥국 증시가 올해는 주춤한 모습이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인플레이션이다.

인도에서부터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인플레율이 급등하자 중앙은행이 조만간 인플레 억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2일자에 따르면 인도의 선섹스지수는 올들어 6.2% 하락했다. 식품가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실패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자 자카르타지수가 연초부터 7% 가까이 하락했다.

필리핀 증시도 같은 이유로 올해 들어 4% 떨어졌고, 태국 증시도 최근 3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성장세를 유지해오던 신흥국들이 물가를 억제하려고 나서게 되자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산재이 마터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싱가포르 지사 이코노미스트는 “물가를 잡는 것과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 그 두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 몇달간 신흥국 증시에 수십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어왔으나 최근엔 빼내고 있는 추세다.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따르면 11일 해외투자금은 5억2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해외 투자자들이 지난 한해동안 290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서비스회사인 인디아인포라인그룹의 니르말 자인 회장은 “연초부터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두세가지 요인들이 존재한다”며 이를 높아진 주식 가치, 고금리, 인플레라고 꼽았다.

에밀 월터 RBS 싱가포르 지사 대표는 “인도중앙은행은 인플레를 잡는 데 있어 추세에 뒤처졌다”며 올해 인도 증시가 아시아증시, 특히 중국 증시에 뒤처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레이스 탐 JP모건 자산운용 부회장도 “단기적으로 동남아 시장은 계속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와 인도 주식 가치는 이제 더이상 싸지 않다. 도리어 약간 비싼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놀라울만한 급등세를 보여왔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증시는 지난해 4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도 증시도 17% 올랐으며 지난 11월에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후 인도 선섹스지수는 8.6% 하락했다.

림 팡 수안 라이언글로벌인베스터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소형 시장에서 지난해 이미 큰 수익을 봤다”며 “이익 실현 이후 인플레가 위험으로 떠오르자 이제 팔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WSJ은 모든 신흥시장 증시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한 예로 방글라데시는 올들어 20% 이상 상승했다. 방글라데시는 지난해에도 수만명의 새로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며 80% 상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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