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6·13] 잠룡들 뜨고 지고…'대권 레이스' 지각변동

2018-06-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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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3선 입지 굳히기

김경수 불모지 경남 발판 급부상

원희룡 재선 성공…야권 대안으로

안철수 잇단 실패 정치 생명 위기

'6·13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이 지난 13일 캠프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

6·13 지방선거의 성적표를 받아든 차기 대권 잠룡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일부는 전에 없던 묵직한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며 대권 주자로서 발판을 마련했지만,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며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입은 쪽도 있었다.

아직 대통령 선거까지는 4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긴 했지만, 역대 정치인들이 지방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유력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이번 선거의 승패는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선거에서 대권 주자로 급부상한 인물은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이다. 이번 경남지사 선거는 서울시장 선거보다 더 관심을 끈 '격전지'였다. 김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이 단 한 번도 승리의 깃발을 꽂지 못한 '불모지' 경남에서 당선돼 지역주의를 타파한 데다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로서 대권 주자 반열에 단숨에 올라섰다.

김 당선인은 당초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참모 이미지가 강했지만, 야권이 막판까지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공세를 펴면서 전국적인 인지도까지 높아졌다. 다만, 다가오는 '드루킹 사건' 특검 수사는 그에게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이 지난 14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지지자에게 손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은 이번 선거 후 명실상부한 여권 차기 대권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대권 경쟁력과 정치력 확장의 이점을 지니기 때문에 '미니 대선'이라 부를 정도다. 이 선거에서 거물급 야권 정치인인 자유한국당 김문수·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며 존재감을 부각했다.

선거 때마다 요란하던 '후보 단일화' 논란도 박 당선인의 독보적인 여론조사 지지율로 눌러 '2위 쟁탈전'으로 바뀐 바 있다. 박 당선인은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3선' 타이틀까지 따내면서 대권 도전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지난해 '5·9 대선' 당시 민주당 대권 주자였던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도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며 대권 반열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그러나 선거 과정 중 '형수 욕설 파문', '여배우 스캔들', '혜경궁 김씨', '인터뷰 태도 논란' 등 구설에 수없이 오르면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경기지사 선거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6월 7~13일) 동안 얼마나 지지율 변동이 일어났을지 가장 큰 궁금증을 자아냈다.

'형수 욕설 사건'과 '혜경궁 김씨 의혹' 등은 최근 전직 부장판사 출신 이정렬 변호사가 정식으로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검찰수사가 진행될 예정인 만큼, 그가 넘어서야 할 과제로 남았다. "선거 후 책임을 묻겠다"고 했던 이 당선인의 향후 대응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지난 13일 오후 제주시 이도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승리를 확신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야당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권 잠룡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지난 4월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나와 제주지사에 당선된 원 당선인은 '인물난'을 거듭하는 보수 야권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의 '핫라인'을 무기로 내세웠던 문대림 후보(전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를 제압했다는 점에서 크게 평가받고 있다.

비록 패배했지만, 야권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인물들도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이번 선거에서 막판까지 격차를 좁혀나간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와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다. 두 사람은 내홍을 거듭하는 한국당을 추스르기 위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보수 야권의 정계개편 주도권 싸움에도 나설 전망이다.

반대로 정치적 생명이 위기에 몰린 인물도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도 3등으로 패배하면서 수세에 몰렸다. 안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김문수 한국당 후보와 '2위 다툼'을 하며 보수 진영 대표주자 자리를 노렸지만, 그의 목소리는 한층 더 줄어들게 됐다. 선거를 치르면 치를수록 점점 더 정치적 입지가 작아지면서 차기 대선 전망까지 아득해진 상황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3등으로 낙마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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