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을 놓고 은행권 경쟁이 심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지방은행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시중은행은 특별우대금리 등으로 우량기업에 집중하는 한편 영업에서 밀린 지방은행은 연체율이 높은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을 실행한 탓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주요 6대 지방은행(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은 1년 새 6198억원에서 8559억원으로 2360억원가량 늘었다. 증가세로 보면 38.1%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은행권을 압박하자 기업대출로 영업이 쏠리면서 지방은행이 경쟁에서 밀린 결과다. 우량대출로 여겨지는 대기업대출은 주요 시중은행에서 대부분 유치하고, 지방은행에는 연체 리스크가 높은 중소기업대출이 남아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특별우대금리까지 제공하면서 우량기업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본부 차원에서 총 14조원 한도로 할인 특별금리 승인 제도를 운영했고, 하반기에는 필요시 추가 한도를 배정할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하반기 특별금리할인제도를 실시한다. 다른 은행 역시 우량기업 위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대비 자금력이 낮은 지방은행이 우량대출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방은행별로 보면 제주은행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제주은행은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이 올해 3월 말 기준 155억원에서 401억원으로 1년 사이 158.2% 증가했다. 전체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1.25%로 유일하게 1%를 넘어섰다. 1년 전(0.66%)과 비교해 두 배가량 급등했다.
지방은행은 절대적 입지를 유지해 오던 지역에서도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7월 광주은행은 조선대 주거래 은행 역할을 50년 만에 신한은행에 내줬다. 경남은행은 울산 시금고 입찰을 두고 국민은행과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력을 갖춘 시중은행과 경쟁해 지방은행이 이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기업대출 중에서도 우량기업 쪽으로 은행들이 집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