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은 물론 이른바 '준킬러문항(중고난도 문항)'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규모 의대 증원 발표로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상위권 변별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전망이다.
2025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인 최중철 동국대 교수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히 학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자 했다"고 출제 기본방향을 밝혔다.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는 뜻이다.
각 영역 시험이 종료된 후 이어진 EBS현장교사단 브리핑에서도 작년 수능보다 쉽다는 분석이 공통으로 나왔다.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조금 더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됐다.
EBS현장교사단 총괄을 맡은 윤윤구 한양대사대부고 교사는 "전체 영역에서 작년보다 쉽고,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확인한 수험생의 준비 상태를 통해 적절한 난이도와 변별력이 있는 문항을 배치했다"고 총평했다.
입시 업체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로학원은 국어의 경우 매우 어려웠던 작년 수능보다는 쉽되 기본적인 변별력 확보는 가능한 수준으로, 수학은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보다는 다소 쉬운 수준으로 각각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는 국어의 경우 대체로 평이했지만 7번 등 일부 문항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수학은 공통과목은 작년보다 쉽고 선택과목의 경우 확률과 통계·기하는 작년과 비슷하고, 미적분은 다소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수능에선 준킬러문항으로 불릴 만한 문제도 없었다는 평가까지 나와 최상위권 체감 난이도는 작년 수능과 견줘 더욱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상위권을 변별하는 것은 각 영역의 공통과목과 선택과목별 한두 문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수능은 의대 증원의 영향으로 상위권 경쟁이 특히 치열할 전망이어서 평이한 수준의 난이도로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수능 응시생 52만2670명 가운데 졸업자 신분의 수험생은 16만1784명(31%)으로 3명 중 1명꼴로 N수생이 포진했다. 2004년 이후 21년간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에서 수학 선택과목과 탐구 영역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과탐은 '사탐런(사회탐구+run)'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응시자 수가 줄어 1등급 커트라인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과 상위권 학생 중 탐구영역 최저를 못 맞추는 케이스가 다수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