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색인종 지지율에서 고전 중인 와중에 아시아계 표심을 얻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센터에서 열린 아태의회연구재단(APAICS) 30주년 만찬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민자와 드리머의 나라다. 우리가 한국계와 필리핀계 미국인의 차이를 구분 못해서야 되겠나?"라며 이민계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신 미국인의 권리 신장에 힘써온 이 단체의 행사에 등장해 15분간 "여러분이 미국의 희망"이라며, 이들의 표심에 호소했다. 행사장에는 바이든 대통령 외에도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한국계로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 중인 앤디 김 하원의원, 아시아계 주디 추, 그레이스 멍 하원의원 등이 모두 결집했다. 이들 의원들은 지난해 4월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대선을 6개월 남겨둔 현재 바이든의 전통 지지기반인 흑인·히스패닉 유권자 지지율이 실망스러워지자, 바이든 캠프는 아시아계 민심 획득에 힘을 쏟고 있다. 전날 이 단체가 주최한 다른 행사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평등과 경제적 기회에 관해 "때론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 빌어먹을 문을 걷어차서 부숴버려야 합니다"라고 욕설을 써가며 지지 호소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어 본인 집권 동안 이민자에 혜택을 준 정책을 나열했다. 추방 유예를 받은 불법체류자를 뜻하는 다카(DACA)는 오바마케어를 적용받았다는 점과 아시아계 미국인 아동빈곤율을 25% 가까이 낮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점을 치적으로 내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연방정부가 인종별로 세분화해 인구조사 등을 하도록 지침을 변경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계 미국인과 필리핀계 미국인의 차이를 보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각 커뮤니티의 필요에 귀 기울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공화당이 정부가 영주권 발급을 확대한 포괄적 이민법안을 반대하고 있다며 상대 후보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조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루저(loser)"라고 하며 "공화당원들에게 전화해 상원 법안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자 안전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본인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 이민자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해 코로나19 증오 범죄 법안에 서명해 공공안전에 대한 자금을 지원한 결과 미국 내 강력범죄가 50년 만에 최저치를 달성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트럼프 재집권 시 이 모든 보호조치를 없애고 원래대로 돌이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현장에는 다양한 한국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행사의 사회는 워싱턴DC에 위치한 방송국 WRC-TV의 저녁 뉴스 진행자인 은 양(Eun Yang)이 맡았다. 이외에도 한나 킴 전 보건복지부 부차관보, 샘 조 시애틀 항만청 커미셔너(정부부처 공무원) 등 각계각층 한국계 인사가 함께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유색인종 표심을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칼리지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번달 9일까지 6개 경합주(swing states)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18~29세 유권자와 지지율에서 바이든 대통령(26%)은 트럼프 전 대통령(30%)과 4%포인트 차 열세를 보였고, 히스패닉 지지율은 31%로 동률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