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 '2개의 전쟁'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 줄곧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의지를 내비쳐 온 트럼프는 곧 '우크라이나 평화 특사'를 임명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본격적으로 종전 준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를 접견하고 회담을 가졌다. 5개월 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던 양측은 이날은 한층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담이 진행됐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것은 미국 권력 이양 과정의 전통이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20년에는 바이든 당시 당선자를 초청하지 않았다.
이날 바이든과 트럼프 간 회동은 오전 1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가운데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과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내정자도 동석했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종 국내외 현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오간 가운데 특히 '2개의 전쟁'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회담 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말로 좋은 회담을 했다"며, 자신과 바이든의 견해가 달랐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나는 그(바이든)의 입장을 물었고, 그는 나에게 알려줬다"며 "또한 우리는 중동에 대해서도 매우 많이 얘기했다"고 언급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회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함께 하는 것이 우리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자신의 의견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빠르게 종식시킬 것이라고 했으나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당시 자신이 재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하는 등 조속한 종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실제로 이날 친 트럼프 성향의 미국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가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곧 우크라이나 평화 특사를 임명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 임무를 맡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소식통은 "매우 고위급 특사로 신망이 매우 두터운 인물을 보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책을 찾고, 평화 협상에 이르는 임무가 주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곧 보게 될 것"이라며 해당 인사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을 시사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2기 인선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면서 외교·안보 인선을 거의 마친 가운데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우크라이나 종전 전망에 금융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채 가격은 종전 전망에 힘입어 지난 한 달 동안 12%나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티스 로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같은 트레이드의 주된 부분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아니면 최소한 트럼프가 종전 협상을 추진하리라는 가능성에 기반한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종전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도 남아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모하메드 엘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트럼프는 해야 할 일이 많고, 해결해야 할 큰 정책 이슈도 있다"며 "이러한 종전 협상은 상당히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