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행정망 먹통 사태, 원인조차 모르는 정부...해결 대책 있긴한가

2023-11-2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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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4 스위치 원인이라던 행안부...이번엔 네트워크 장비 라우터가 문제라며 말 바꿔

17일부터 연일 전산망 마비 계속 되지만 원인 파악조차 못해...정부여당, 대기업 참여 방안 검토

전문가 "원인 조차 파악 못하는 정부...사고 대처 매뉴얼, 대책 마련 수립해야"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전산망 마비 사태가 연일 계속되며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전산망 장애에 정부는 땜질식 대응으로 일관하며, 원인에 대한 입장까지 매번 번복하고 있다. 거기에 주무 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태 해결은커녕 전자정부 홍보에만 열을 올리며 정부가 과연 이번 사태 해결에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 행정시스템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의 시스템이 마비되는 증상이 일어났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즉시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을 투입해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하고 19일 모든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다고 밝혔다. 장애 원인으로는 네트워크 장치인 'L4 스위치'를 문제로 지목했다.

하지만 22일 주민등록 시스템이 일시 장애를 보였고, 23일엔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24일엔 정부의 전자증명서 발급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고,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도 마비됐다.
 
정부, 전산망 마비 원인 L4 스위치 → 라우터 장비 문제 입장 번복 

행안부는 25일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가 복구됐다면서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를 먹통 사태의 문제로 지목했다.

연일 전산망 장애 사태가 일어나고 있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현재 정부도 명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앞서 L4 스위치가 문제라던 정부는 이번엔 라우터가 문제라고 입장을 번복해 혼선만 주고 있다.

행안부는 L4 스위치를 문제로 지목한 이유를 두고 "당시 L4 장비를 교체하고 부하 테스트 등 여러 기능테스트를 했을 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실제 운영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L4 장비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100%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라우터 장비를 문제로 지목한 것을 두고는 "라우터 장비는 2016년 도입돼 사용기한이 만료되지 않은 장비로, 노후화가 장비 고장의 원인은 아니다"며 "그럼에도 부품에 예상치 못한 고장이 발생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당 라우터 장비는 전산망의 통합검증 서버와 연결된 장비로, 정부는 패킷(데이터 묶음)을 서버로 전송할 때 용량이 큰 패킷이 유실되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설명한다.

이번 발표는 라우터 장비의 케이블을 연결하는 포트 중 일부가 오류가 난 것으로, 전원 콘센트에 코드를 꽂았는데도 전기가 통하지 않은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전문가 "원인 파악조차 못한 정부...담당자들 전문성 떨어져"

정부의 입장이 번복되자 전문가들은 원인 파악조차 못 한 정부를 질타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입장이 번복되는 것은)원인 규명 자체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됐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장비가 고장이었다고 발표하던데 시스템 안정성과 관련해서 원인조차 파악 못할 정도로 업무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태 해결에 한계를 보이자, 여당에선 대기업의 참가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21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가기관 전산망의 경우 기술력이 높은 대기업을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고, 26일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10년 만에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참여 제한을 푸는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서 "전문성이 향상된 고급 인력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존재한다"며 "이번 사태는 한두 가지 원인으로 생긴 게 아니다. 좀 더 능력 있고 전문성을 가진 대기업이 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도 같다"고 말했다.

다만 민감한 정부의 정보를 민간이 다루는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현실적으로 공무원이 모든 걸 할 수는 없다"며 "민간업자들을 시스템 개발에 참여시킬 때 보안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게 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크게 우려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빠르게 원인을 찾고 복구계획을 수립하면 사태가 수습되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그렇지 못한 상태"라며 "그런 면에서 대책 매뉴얼이라든지 사고 시 어떤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지 정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태 해결 의지 없는 정부...민주 "이상민 사퇴, 윤 대통령 사과해야"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전자정부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사태 해결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17일 전산망 마비 사태를 보고 받고는 포르투갈, 미국 해외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18일 급히 귀국했다. 하지만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순방길에 동행했고, 전날엔 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 참석해 디지털 정부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연일 계속되는 전산망 마비 사태에 야당은 연일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정부 행정전산망이 일주일간 4번이나 먹통이 되며 세계 최고 디지털 정부라는 평판은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무능이 부른 디지털 재난 참사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또 이 장관은 돌아오자마자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정말 기가 막힌다. 나라를 주민등록등본 한 장 발급받지 못하는 '석기 시대'로 되돌려놓고 국민을 희롱하느냐"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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