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보경의 노(勞)퀴즈] 매번 갑자기 연차 쓰는 동료…방법이 없을까요?

2023-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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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직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육아휴직은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노동문제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노동 관련 궁금증을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편집자주>

# 저희 회사는 팀 프로젝트를 한 달에 한 번 마감합니다. 자료를 받아야 빨리 마감할 수 있는데 마감 하루 전 갑자기 연차를 쓰는 동료가 있어요. 넘겨야 할 자료를 넘기지 않고요. 그럴 때마다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마감이 급하다고 말씀을 드려도 일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에요. 방법이 없을까요? (10년차 근로자 오모씨)
안타깝게도 동료 연차 사용을 제한할 방법은 없습니다. 둘 사이 대화와 협의를 거쳐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연차 사용 통보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22일 기자가 만난 근로자들은 연차 사용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습니다. 2년차 사원 조모씨(27)는 "저희 회사는 연차를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며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습니다. 2년차 사원 박모씨(28)도 "직급이나 나이가 어릴수록 부담돼 연차를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연차 사용을 보장하는 회사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자유로운 연차 사용 보장을 위해 시기지정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기지정권은 근로자가 휴가 시기를 지정하는 권리입니다. 근로기준법 60조 5항은 '사용자는 연차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근로자가 시기를 지정해 연차를 신청했는데 회사에서 시기를 변경하거나 거절하면 연차 사용을 무용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시기지정권 보장이 중요한 이유"라고 전했습니다.
연차 사용 하루 전 통보…"3~4일 전엔 알려줘야죠"
다만 근로자들은 최소 3~4일 전 동료가 연차 사용 시기를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동료가 자신의 업무를 마치지 않고 연차를 사용하면 협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인 김모씨(31)는 "저희 팀은 4명인데 1명이라도 빠지면 구멍이 크다"며 "일이 몰아칠 때마다 휴가 가는 동료가 있어 얄미울 때가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조씨도 "협의 없이 업무가 과중할 시기 동료가 연차를 써 불편을 겪었다"며 "서로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연차 사용 시기변경권도 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60조 5항은 '사용자가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법원은 시기변경권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장 노무사는 "행정해석이나 판례는 사업에 큰 지장이 있지 않은 한 시기지정권을 우선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협의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소통 어려워"
연차 사용 시기를 놓고 벌어지는 근로자 간 갈등은 협의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풀어가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오씨는 "동료와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프로젝트 마감 때문에 양해를 구해도 '그냥 마감을 미루면 안 되냐'는 식이라 당황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 아니다. 난감하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김씨도 "연차 사용을 두고 논쟁하는 것은 불편하다"면서도 "눈치를 보느라 연차가 쌓여도 못 쓰는데 동료들이 배려 없이 행동할 때 화가 난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직된 한국 조직문화 특성상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상급자가 하급자에 연차 사용을 미루라거나 조정하라고 요청할 경우 직장 내 괴롭힘 등 갈등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서재홍 노무법인 위너스 노무사는 "상사나 선배가 연차 사용을 문제 삼고 못 쓰게 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상급자가 피해를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효신 소나무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도 "조직에서는 동료 간 배려가 필요한데 최근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는 이기주의가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취업규칙에 정할 수 있어…인사평가 반영도
근로자들 간 원활한 문제해결이 어려워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에 연차 사용 통보 시기를 정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 규정합니다. 서 노무사는 "취업규칙에 회사 구성원 의견을 잘 반영해 연차 사용 지침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민혁 프렌드인사노무에이전시 공인노무사도 "취업규칙 외에도 노조가 필요성을 느낀다면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해 정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연차 사용을 놓고 이뤄지는 협의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연차 사용을 통보하는 경우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서 노무사는 이어 "동료들이 바쁜데 배려 없이 연차를 쓰고 평가점수가 왜 낮게 나왔냐고 문제를 제기하면 할 말이 없다"며 "관련해 근로자 평가 근거나 절차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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