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션 경제학] 검은 백조(돌발 악재)가 잿빛(대처 불가)으로…'뉴 노멀' 자리잡나

2023-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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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저환율 시대 회귀 막혀…고물가는 일상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바야흐로 '뉴노멀'의 시대다. 물가와 금리, 환율 등 우리 경제를 좌우하는 지표들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공급망 위기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그레이 스완'(Gray Swan)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블랙 스완'(Black Swan)이 예측·대응 모두 불가능한 위기를 뜻한다면 그레이 스완은 예측 가능하지만 해법이 없어 위험이 상존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2원 오른 달러당 1339.7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1일에는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1342.6원(종가 기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국 경제의 견고함에 긴축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 국내 수출 부진 지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유가도 다시 오름세다. 수출액 감소를 그보다 더 큰 에너지 수입액 감소로 벌충하는 '불황형 흑자'마저 더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지표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35%를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2020년 상반기 10년물 금리가 0.5% 수준이던 걸 감안하면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접어든 양상이다.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저금리·저환율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고착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올해 1∼7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누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6.8%)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4.2%)보다 더 높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1.4%로 전망하지만 달성하기 힘든 수치라는 반응이 대세다. 스태그플레이션이 해소되려면 한은이 금리를 대폭 인상해 물가를 잡거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와야 하는데 어느 것도 녹록지 않다. 지지부진한 내수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최대 걸림돌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총괄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근원물가에 경직적 품목이 많아 당분간 체감 물가는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며 "고금리 장기화 여파가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고 있는데 이는 경기와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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