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마약음료 사건' 윗선 추적한다...구속송치 당일 보강수사 착수

2023-04-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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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남경찰서]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보강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당일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서는 건 이례적이다. 검찰은 경찰과 협력해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마약 음료 사건의 중간책과 총책 등 윗선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신준호 부장검사)은 전날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를 받는 길모씨(25‧구속)를 피의자 신분으로 1회 소환 조사했다.
 
경찰이 길씨 등을 송치한 당일 바로 조사에 나선 것이다. 구속 송치 된 피의자는 통상 인권보호관 면담 후 다음날부터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길씨에 대해서는 송치 첫날 빠른 면담 후 바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은 구속된 길씨 등을 차례로 불러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방법, 공모 과정 등을 캐물어 사건 기록을 보강하는 한편, 범행의 총책과 배우 등을 규명해내는 데 수사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윗선급 피의자는 '중간책'으로 보이는 이모씨(25‧중국 거주) 등 3명이다.
 
이씨는 보이스피싱에 마약 음료를 이용하기로 하고 중학교 동창인 길씨에게 마약 음료 제조를 지시한 인물이다. 길씨는 경찰에서 "친구 이씨 지시로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음료를 제조한 뒤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에 보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중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조사된 윗선들에 대해 국제 공조를 통해 추적을 이어나갈 구상이다. 수사기관은 중국의 '윗선'에 대해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 및 현지 중국 공안당국에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하고, 한국 국적인 이씨는 여권 무효화 조치도 밟고 있다.
 
경찰도 현재까지 검거되지 않은 피의자를 추적하는 수사를 지속할 계획이다. 전날 검찰로 구속 송치된 피의자는 길씨 등 총 3명이다. 우선 길씨는 마약 음료 제조 및 유통에 관여한 인물이다. 길씨는 중학교 동창인 이씨의 지시를 받아 마약 음료 100명을 제조 및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중국에서 거는 전화를 국내 전화번호로 변작해주는 전문업자 김모씨(39)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과 공갈미수 혐의로, 길씨에게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전달한 박모씨(35)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 송치했다. 경찰 단계에서 검거된 이들은 모두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음료수 시음 행사를 가장, '마약 음료'가 배포돼 피해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마약 성분이 들어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금품을 갈취하겠다는 취지의 범행으로 조사됐다.
 
마약 음료에는 한 병당 0.1g의 필로폰을 섞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이 0.03g인 데 비춰볼 때 음료를 다 마셨을 경우 3.3배를 투약한 셈이다. 경찰은 제조된 마약 음료 100병 중 18병이 학생들에게 전해졌고, 총 8병을 학생 8명과 학부모 1명이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마약과 피싱(phishing)을 결합한 신종 범죄로 규정하고 이른바 '마약 피싱' 범죄라고 명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의 또는 계획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안동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단순한 공조 요청에 그치지 않고 수사 협조가 되도록 다각적으로 요청 중"이라며 "중국도 마약범죄를 중하게 보고 있고, 그간 상호 공조를 통해 (범죄자를) 송환한 전례가 있기에 이 건에 대해서도 협조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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