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연장에 성공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경영 부진이 지속하면 임기 도중 사임할 각오로 회사의 성장과 사업 성과 창출에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크래프톤은 28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제16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주주총회 의장을 맡아 자신을 3년 임기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치면서 당시 현장에 참석한 여러 주주에게서 회사의 주가 하락과 이에 대한 대표 등 경영진 및 이사회의 책임에 대한 항의성 질문을 받았다. 현재 크래프톤 주식은 1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2021년 8월 코스피 상장 당시 49만8000원에 한참 못 미친다.
그는 이어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전부터 유능한 이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사회는 현재 경영진(의 역량)에 대한 평가와 차기 경영진에 대한 검토를 상시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신임 후 3년 이내라도 저의 무능함이 지속한다면 그(임기 종료) 전에라도 은퇴할 각오를 갖고 있다”며 “다만 이런 이사회의 판단을 좀 더 신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주가 부진의 원인을 설명해 달라는 주주에게 “저희 뿐 아니라 많은 게임사가 언제나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렵고 지금은 강력한 라이브 서비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재산권(IP)을 계속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라면서 “’펍지’라는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상장 전후 공격적으로 신작을 출시했으나, 이제는 좀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도전을 지속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자체 게임 제작 과정을 좀 더 잘 관리하면서 세컨드 파티 게임 프로젝트 퍼블리싱을 통해 내년 신작을 다양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펍지 IP로 지속 성장하면서 크리에이티브 지향적인 노력을 이어갈 때 강력한 글로벌 IP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글로벌 오디언스에게 통할 가능성이 있는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며 “답답하실 수 있겠지만 좀 더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작년 해외 자회사의 신작 출시 후 부진한 실적을 꼬집는 주주에게 김 대표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출시 전 품질관리(QA)가 부족했던 점은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지 개발팀이 한국과 공동 개발하는 많은 프로젝트가 펍지와 같은 IP를 만들 수 있는 우리 고유 역량이라는 믿음을 갖고 개발하고 있다”며 “좀 더 효율적인 제작 방식을 도입해 면밀하게 테스트하려고 하고 이런 시도는 궁극적으로 회사 역량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장태석 크래프톤 펍지스튜디오 총괄프로듀서 겸 본부장에게 보통주 10만주 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안건에 대해 몇몇 주주는 ‘주가 부진 상황에 다룰 안건으로서 적절한가’를 지적했다. 이에 김 대표는 “게임업(業)은 물건을 파는 것과 달리 ‘크리에이티브(creative, 독창적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능력)’가 중요하다”며 “회사가 어려울수록 그런 인재가 성장에 올인할 동기부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현장에서 주가 관련 불만과 배당 요구가 이어지자,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월 실적 발표 때 주주환원 정책으로 예고한 자기주식 취득 후 소각 계획과 취지에 대해 부연했다. 그는 “주식수를 영속적으로 줄이는 자사주 소각의 효과성을 하루이틀 주가 등락폭으로 결론내리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배당이나 다른 방식의 주주친화 정책도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추가로 검토해 시행하겠다”고 답했다.
크래프톤은 창업자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2020년 3월 선임된 김창한 대표를 임기 3년의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윤구 뉴코탤런트LLC 공동창업자(전 애플코리아 사장)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정보라 한국신용데이터 고문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사외이사 수를 2명 많은 7명으로 늘리면서 이사보수한도는 100억원으로 동결했다.
장태석 본부장에게 스톡옵션 10만주를 부여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크래프톤이 장 본부장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은 신주교부, 자기주식교부, 차액보상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으며 2년 뒤인 2025년 3월 28일부터 2033년 3월 27일까지 8년 동안 행사할 수 있다. 회사 시가총액이 일정 목표치(12조원)를 넘겼을 때 부여된 스톡옵션의 일부만 단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해당 인재의 성과와 연동돼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