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현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진행한 <원로에게 듣는 대한민국 리빌딩> 인터뷰에서 "1990년대 6%대였던 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짙어지면서 잠재성장률을 더 짓누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학현(學峴) 학파의 핵심인 강 전 위원장은 "잠재성장률이 1%대라는 것은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한다고 해도 그 이상 국내총생산(GDP)을 늘릴 수 없다는 의미"라며 "현 정부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에 대해 인식하고 합당한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2060년까지의 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30~2060년 1인당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연간 0.8%에 그쳤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는 이유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꼽았다. 지난 2020년 기준 한국의 출산율은 여성 1명당 0.9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강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생명 존중, 자유 확대, 신뢰 구축 등이 실현돼야 한다"면서 "이 세 가지를 기반으로 저출산·고령화와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강 전 위원장은 "현 정부는 비전이 없다.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적은 것 같다"라며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면 자유 또한 억압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 공존하고 타협해야 하는데 현 정치 상황을 보면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다양성이 보장돼 있지 않다"며 "정치권이 공존하고 타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