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65세까지 일해야 하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출산율 급감으로 인한 '인구절벽', 국민연금 의무가입연령 연장과 수급연령 연기로 인한 '소득절벽' 등 한국이 직면한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노·사·정 모두 정년 연장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도 관련 제도 도입에 속도가 붙는 이유다. 하지만 정년 연장 방법을 두고 노동자와 회사 측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속한 정년 연장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이 정부가 추진 중인 '계속고용제도(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환경노동위원회)이 여론조사기관 RPM에 의뢰해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91.3%(730명)가 '현행 법정 정년인 60세를 넘어 계속 고용을 추진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민과 정치권의 뜻이 일치하니 정년 연장이 조속히 추진될 것 같지만 아직 넘어야 할 벽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 등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을 해소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를 두고 노사 의견이 엇갈린다.
근로자 대표로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 중인 한국노총은 정년을 65세로 일괄 연장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청년·중소기업 근로자 권익 증진을 이유로 관련 의견을 내지 않던 민주노총도 최근 같은 뜻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를 필두로 한 경영계는 법정 정년 연장 대신 '60세 이후 고령자 재고용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해 기업이 퇴직한 근로자와 촉탁직 형태로 계약을 맺고 고용을 이어가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호봉제 특성이 남아 있는 한국 경영 환경에서 생산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력에게 고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건비 증가로 인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악화도 함께 우려된다. 한국보다 18년 일찍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퇴직 후 재고용을 명문화하는 형태로 인구·소득 절벽에 대응하고 있다.
국민들도 기업 부담 감소를 위해 고임금을 일정 부분 낮추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59.7%(478명)가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시 '현재 임금 수준에서 감액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퇴직을 앞두거나 퇴직한 50대(64.7%)와 60대(71.1%) 임금 수준을 감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