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분할·합병안이 금융당국 승인을 받으면서 사업 구조 개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개편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시너지를 통해 세 회사 모두의 성장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내달 예정된 주주총회의 통과 여부가 최종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가 지난달 12일 제출한 6차 정정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했다. 이로써 지난 7월 발표한 두산그룹의 그룹사 개편 계획이 약 4개월 만에 확정됐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46.06%)을 신설 법인으로 분리한 뒤 이를 두산로보틱스에 편입·합병하는 것이다. 당초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추진됐던 계획은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반영해 철회했으며, 이후 합병 비율을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상향 조정하며 소액 주주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분할·합병 후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배정받게 된다.
우선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두면서 양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농업과 건설 분야의 전문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30년 약 12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협력을 통해 2026년 매출 1000억원, 2030년에는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도 "대형 원전은 향후 5년간 10기, SMR은 60기, 가스터빈은 2038년까지 100기 이상 수주가 예상된다"며 "2028년 기준 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하고 있는 원전·터빈 시장을 선점하려면 지배구조와 사업구조에 맞도록 재편해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농업과 건설 분야에서 로봇 자동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두산로보틱스의 기술과 두산밥캣의 장비가 결합될 경우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두산그룹의 최대 과제는 내달 12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 승인을 얻는 것이다. 분할·합병안이 승인을 받으려면 전체 주주의 3분의1 이상,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재계에선 현재 두산그룹의 지분구조가 탄탄한 만큼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안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소액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과도할 경우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두산에너빌리티 6000억원, 두산로보틱스 5000억원으로 설정됐다. 현재 양사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모두 주가보다 낮아 행사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산그룹은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예측보다 클 경우 이사회를 소집해서 분할·합병안을 계속 추진할지 아니면 대안을 마련할지 논의할 방침이다.
분할·합병안이 임시주총을 통과할 경우 합병기일은 1월 31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