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베트남전력공사(EVN)는 코로나로 인해 석탄 공급업체들의 운영이 중단되며 올여름 전력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성명을 통해 경고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EVN은 코로나로 인해 채광 작업이 차질을 빚은 가운데 세계적으로 석탄 가격이 급등하며 물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EVN이 운영하는 여러 화력발전소 가동률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어 공사는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전원을 끄고,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는 필수적인 기기만을 써달라"며 시민들에게 절전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언급했다.
베트남은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약 3분의1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석탄만으로도 필요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지만 이후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며 전력 수요 역시 급증했다. 코로나가 대규모로 확산되기 전 베트남의 연간 전력 수요 증가율은 10%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현재 베트남은 국내 생산량보다 더 많은 양을 해외에서 수입해 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생산업체들이 석탄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전 세계적으로 석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며 수입 석탄 가격마저 급등하자 베트남은 국내외 공급이 모두 불안정한 가운데 전력난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 전력 시장 상황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평가했다. 베트남 내 송·배전을 독점하고 있는 EVN은 정부의 압력 속에서 올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정부 당국이 물가 대응에 나서며 전력 가격을 동결할 것으로 발표한 가운데 독립 발전사들 역시 이익 전망이 흐려지며 용량 증설을 꺼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가 고물가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말 베트남을 방문한 이라 대블라-노리스 재정업무부서팀장의 보고서를 인용해 "베트남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세) 위험이 상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2022년 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최대 3.9%까지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트남 정부 당국의 목표치 4%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국내 석탄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 석탄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로이터는 베트남 정부 데이터를 인용해 베트남의 1분기 석탄 수입량이 650만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5.3%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석탄 가격이 크게 오르며 석탄 수입을 위해 지불한 금액은 전년 대비 97.3% 증가한 14억7000만 달러(약 1조8676억원)에 달했다.
코로나 이후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전력 사용량이 급증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어려워지자 각국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석탄을 주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021년 세계가 그 어떤 때보다도 석탄에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세계 석탄 소비량은 전년 대비 약 9% 증가한 79억미터톤에 달했다. IEA는 올해에도 석탄 소비량이 추가적으로 2%가량 늘며 80억미터톤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며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경제적 압박에 다시 석탄으로 돌아서고 있다며 비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4월 1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은 100만BTU(열량 단위)당 약 15달러의 비용으로 지구에서 가장 저렴한 연료 공급원 중 하나다. 원유 가격이 약 25달러, 천연가스 가격이 35달러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IEA는 "모든 증거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치적 이상과 현재 에너지 시스템이라는 현실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베트남이 석탄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을 아직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의 국가전력개발계획(PDP8) 역시 아직 논의 단계다. 업계 소식통은 "전기 부족이 만성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