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로 김은혜 의원이 선출됐다. 인천시장 후보는 유정복 전 의원, 울산시장 후보는 김두겸 전 울산 남구 구청장, 경남지사 후보는 박완수 의원이 각각 확정됐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 울산, 경기, 경남 등 4개 지역 광역단체장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경선 투표는 지난 20~21일 실시됐고,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50%)와 국민 여론조사(50%)를 합산했다.
경기도지사 경선에선 유승민 전 의원과 김 의원이 양자 대결을 펼쳤다.
경선 결과는 김 의원이 과반 이상인 52.67%를 얻었다. 김 의원의 총득표율은 55.44%였지만 현역의원 출마에 따른 5% 감점이 적용됐다. 유 전 의원은 44.56%를 기록했다.
당 안팎에선 이번 경선에 소위 '윤심(尹心)'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정치 신인으로 당내 장악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통령직에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후 당·정·청의 관계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특히 김 의원이 초선임에도 원외 중진급 인사인 유 전 의원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윤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윤 당선인의 대선 후보 시절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을 맡았고,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당선인 비서실에서 대변인직을 수행했다. 김 의원이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에는 윤 당선인의 설득과 측근들의 권유가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대장동이 있는 경기 성남 분당갑이 지역구인 초선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05년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중진 의원이다.
김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가장 대표적인 '윤심'으로 꼽히는 후보다.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대변인을 맡으며 체급을 키웠다. 김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호흡을 맞춰왔다. 이미 저희는 원팀이다"라며 "윤 당선인이 제 출마 결심에 덕담을 해줬다"고 했다. 사실상 '윤심'이 작용했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유 전 의원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 전 의원은 이날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 윤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 "세상은 돌고 도는 법,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다. 2016년 친박감별사들이 칼춤을 추던 때와 똑같다.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민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할 각오였는데,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정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경기도를 사랑하겠다"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정계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가 멈출 곳이다. 제가 사랑하는 이 나라를 위하는 새로운 길을 찾겠다"라며 "끝까지 지지해주신 경기도민과 경기당원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윤곽 드러낸 경기지사 선거구도…'윤석열 대 이재명' 대선 시즌2
경선에서 승리한 김 의원은 이날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앞으로 40일, 말보다 발로 뛰는 김은혜를 보여드리겠다. 경기도의 '철의 여인'이 되겠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본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 잘사는 경기, 명품 경기를 만들겠다"라며 "경기도는 최대의 지방자치단체다.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1이 살고 있고 경기도 곳곳에 우뚝 선 반도체 공장들은 잘사는 경기의 표상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만큼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라며 "이제 경기도는 서울의 주변부가 아닌 대한민국의 중심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이날 "반드시 승리해 불공정과 기득권을 이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김은혜 후보로 결정됐다. 축하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경기지사 경선도 곧 마무리될 것이다. 민주당의 여러 후보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본선으로 나아가겠다"라며 "경기지사는 도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다. 발목잡기와 네거티브뿐인 정쟁이 아니라 도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겨루는 정책경쟁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사실상 '대선 시즌2'로 여겨진다. '윤심'으로 경선에서 이긴 김 의원의 상대로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세력을 키운 김 전 부총리가 가장 유력해서다.
이와 관련해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은 최악의 조건 속에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대선 시즌2' 프레임을 깨야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는 상황도 경기도지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를 위해 윤 당선인에 투표했던 여론의 방향이 '윤석열 정권 견제'의 흐름으로 변할 수 있어서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차기 정부 국정운영 기대감을 묻는 질문에 '잘할 것'은 50%, '잘 못할 것'은 43%로 나왔다. 지난 4월 2주 차 조사 결과 대비 긍정적 기대는 4%포인트 감소하고 부정적 기대는 3%포인트 증가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기도지사 선거는 그야말로 이재명과 윤석열의 제2의 전쟁이라고 봐야 한다"라며 "이 정권에 힘을 실어주느냐 아니면 견제 세력을 만드느냐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