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대길 기자]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수행을 위해 산업은행에 편성한 예산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1일 발간한 2020회계연도 결산 분석에서 “해당 프로그램들의 집행실적이 저조해 출자규모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수행하는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들의 2020년 지원 목표는 16조9000억원이었으나 같은 해 12월 말 기준 7조76억원만을 지원해 집행률은 45.9%에 그쳤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증권시장안정펀드의 경우 펀드 조성 이후 코스피 지수가 펀드투자지침 상 집행지수(1500)를 상회해 집행이 부진했다고 예산정책처에 해명했다.
또 금융위는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회사채 차환지원의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 매입기구(SPV) 등 유사 프로그램으로 인한 수요 분산으로 집행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금융당국에 재검토를 권고했다. 예산정책처는 “향후 유사한 사업 집행 시 산업은행에 대한 손실보전 예산의 일부만을 출자하고 사업 집행 추이를 살펴보면서 추가적인 출자를 하는 방안을 검토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예산정책처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간산업안전자금 집행 실적이 저조하다며, 지원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기간산업안전자금은 5000억원 이상의 국민경제에 영향이 큰 기업,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의 고용안정 영향이 큰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금지원을 받는 경우 근로자 수 최대한 유지, 이익배당 금지, 임원 연봉 동결 등의 조건을 적용해 다른 자금지원에 비해 깐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곧 부진한 지원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원 한도를 40조원으로 책정했으나 5월 말 기준 집행실적은 5875억원을 맴돌고 있다.
이에 예산정책처는 무분별한 지원은 경계하되 기간산업 안정이라는 취지 및 기업의 수요를 반영해 △지원 요건 △지원 수준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의 실적부진이 지속되자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했고, 기간산업안정기금운용심의회에서 관리·운용 등을 심의토록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산업은행법에 따라 기간산업안정기금운용심의회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가 예산을 지원하는 교육 기구 및 관련 과정에 대한 부실운영도 지적됐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금융위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교육연구기구 운영 지원 사업에 2020년도 예산을 26억3500만원 편성했으나 실제 집행률은 1.3%에 그쳤다.
전문금융인 양성사업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 사업은 부산 금융전문인력 양성과정을 개설하기 위한 사업으로, 부산대학교·한국해양대학교와 연계해 진행되며 2020년도에 10억원이 편성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각각의 사안에 대해 “코로나19에 대응한 사업계획 수립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전문금융인 양성 사업의)모든 학생에게 역량개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고, 합격 여부에 관계없이 고가의 CFA 시험 응시료를 지원하고 있어 과다한 지원이 문제다.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