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와 이동통신 3사 계열 인터넷TV(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신속하게 종료한 가운데 국내 유료방송과 콘텐츠 공급 업체 간 갈등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선공급 후계약 관행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는 2주 전 공문을 보내 이통3사 계열 IPTV와 OTT에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디즈니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은 빠르게 마무리된 반면,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IPTV 간 프로그램 사용료 계약은 매년 순조롭지 않다. 지난 6월 12일 IPTV 사업자 LG유플러스와 PP인 CJ ENM 간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이 난항을 빚으며 LG유플러스의 OTT 'U+모바일tv'에서 CJ ENM의 10개 채널 실시간 방송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세계적 지식재산권(IP)을 가진 글로벌 기업과 상대적으로 대등한 관계의 국내 기업이라는 차이도 있으나, 선공급 후계약 관행이 문제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디즈니와의 계약은 선계약 후공급 형태다. 계약이 없으면 공급도 없다. 반면 국내 PP와 IPTV 간 계약은 선공급 후계약 형태다. 먼저 콘텐츠를 공급하고 이후 가격을 책정한다.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니 계약 진행이 지지부진하고, PP는 적절한 대가를 받기 어려워 매년 분쟁이 반복된다. 디즈니와 국내 기업을 차별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 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후계약 탓에 적절한 투자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통해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콘텐츠 사용료 분쟁과 공급 중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관행이 영세 PP 등에 불리하게 작용해 적절한 대가를 받지 못하거나 계약 없이 우선 콘텐츠를 공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선공급 후계약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IPTV가 콘텐츠 전략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는 콘텐츠의 독창성, 오리지널리티가 플랫폼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OTT도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PP와 IPTV의 관계가 역전될 전망"이라며 "플랫폼이 콘텐츠에 대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하면 자칫 사면초가에 빠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