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재벌 헝다(恒大)그룹에 '대마불사(大馬不死, 큰 말은 죽지 않는다)' 공식이 통한 듯하다. 헝다그룹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추진해 온 전략적 투자자 유치 방안이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 '부자동네'인 광둥성 선전이 '구원투수'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망은 11일 "헝다의 최악의 위기가 지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회사 선전', 헝다 '백기사'로 나설까
헝다그룹이 추진해 온 전략적 투자자 유치 방안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헝다그룹은 10일 저녁 홍콩거래소를 통해 잠재적 제3자 투자자와 일부 자산 매각을 논의 중이라고 공시했다.
제몐망은 중국의 유수한 국유자본과 민영기업이 헝다그룹 자회사 인수를 위해 헝다그룹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이른 시일내 거래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는 "헝다그룹이 소재한 광둥성 선전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국자위)가 백기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전 국자위가 관리하는 상장사만 30여곳으로, 총자산은 4조1100억 위안(약 732조원)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자랑한다. 앞서 위기에 빠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부 '아너' 인수를 주도한 것도 선전 국유기업이었다.
지역경제 일등공신···'대마불사' 헝다
선전시가 헝다그룹 백기사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지역경제를 위해서다.
헝다그룹은 중국 민영기업 중 납세액·일자리 창출 등 방면에서 '톱3'에 들 정도로 경제 발전 일등공신이다. 제몐망에 따르면 헝다그룹의 그간 누적 납세액만 3000억 위안으로, 기부금도 195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직원 수만 20만명으로, 매년 직·간접적으로 380만명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게다가 헝다는 선전시에서만 55개 도시 재개발사업을 진행 중으로, 지역 경제에 깊숙이 개입해있다. 헝다그룹이 무너지면 현지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안길 수 있다.
중국의 한 부동산 당국자는 "중국 부동산 규제는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함이지, 정부도 투자자도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헝다를 둘러싼 각종 공사비 체불, 자산 동결 등 소송안이 전국적으로 빈번한 가운데, 최고인민법원에서는 헝다와 관련된 소송안은 모두 광둥성 성도 광저우 중급법원이 관할해 집중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헝다그룹의 소송안 대응에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채권자들이 마구잡이로 자금을 빼가서 헝다그룹 자산이 공중분해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최악의 위기 지났다" ···이틀새 시총 6조원 급증
구원투수 등장 기대감이 커지며 올 들어 곤두박질치던 헝다그룹 계열사(중국헝다, 헝다자동차, 헝다물업) 주가도 일제히 반등했다. 주가 상승으로 앞서 9~10일 이틀 새 헝다그룹 계열사 시가총액은 모두 335억 위안(약 6조원)이 늘었다. 11일 오전장에서도 헝다물업 주가가 16% 상승한 것을 비롯, 헝다자동차, 중국헝다 주가도 8%대 상승을 보였다.
이들 3개 계열사는 지난해 말 불거진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 속 주가는 내리막을 걸었다. 중국헝다 주가가 연초 대비 약 60% 하락한 것을 비롯해 헝다자동차와 헝다물업 주가 낙폭도 각각 57% 25%가 넘었다.
부채 위기에 시달리던 헝다그룹은 앞서 6월말 부채를 6700억 위안 수준까지 줄였다고 발표했지만, 헝다의 재무건전성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 피치도 6월 말부터 줄줄이 헝다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