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파트너십'은 글로벌 은행의 생존전략

2021-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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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센터 보고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디지털 혁신이 글로벌 은행권에서도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핀테크와의 파트너십이 이들 은행의 주요 관심사라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국제금융센터는 '글로벌 은행권 7대 트렌드①-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및 도전과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분석했다.
 
너도 나도 '디지털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서 디지털 경제의 비중은 15%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앞으로 10년간 새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 가운데 70%가 디지털 모델에 기반할 것으로 추산된다.

IT 컨설팅기관 등은 올해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혁신 관련 하드·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투자가 2조2000억 달러를 웃돌며 4년 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26년까지 전세계 인구의 53%가 디지털 뱅킹을 사용하고, 디지털 뱅킹 시장이 연 15.7% 성장해 301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은행들은 IT 기술 발전 속에 저금리 장기화, 핀테크와의 경쟁 등의 영향으로 마진 축소 압력에 직면했다. 향후 5년간 핀테크 산업의 투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디지털 파괴(digital disruption)로 전통 은행의 손실이 30% 증가할 전망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기존의 제로베이스 예산, 아웃소싱 등을 통한 예산절감 효과가 소진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 대안이 디지털 전환이라고 인지한다. 이에 글로벌 금융기관 4곳 중 3곳이 올해 최우선 전략으로 디지털 전환을 선정했다. 컨설팅사 SRM도 은행권의 2대 트렌드 중 하나로 디지털 전환을 지목했다.
 
핀테크와 손잡거나 인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JP모간, 골드만삭스, HSBC,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 은행(BBVA) 등 글로벌 선두 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핀테크와의 파트너십 체결 △클라우드·빅데이터·AI 등의 기술 활용이다.

BofA는 챗봇인 'Erica' 등 디지털 플랫폼 확장으로 팬데믹 동안 디지털 사용 고객이 급증했다. HSBC는 중소기업 전용 'Kinetic' 솔루션 출시로 고객 기반을 확대했다. 골드만삭스는 'Marcus'를 앞세워 온라인 리테일 사업을 확장했으며, BBVA는 그룹의 핀테크화를 목표로 잡았다.

이들 은행이 디지털 전환 기술과 관련해 관심을 보이는 주요 주제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사물인터넷(IoT) 등이다. 영국 은행권의 27%가 내년까지 비즈니스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등 인프라 가운데 절반 이상을 퍼블릭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은행들 가운데 약 80%는 AI의 이점을 인식, 46%는 가까운 장래에 AI 기반 시스템을 구현할 계획이다.

디지털 뱅킹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핀테크 등과 파트너십 구축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지난 3년간 미국 은행권의 45%가 핀테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영국 은행권에서는 약 60%가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핀테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특히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JP모간의 경우 최근 핀테크 회사인 'Nutmeg Savings and Investment'를 인수해 영국의 디지털 리테일 금융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전환 시 시스템 리스크도
글로벌 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보고서는 은행권 내부의 전산시스템 리스크, 재무 리스크, 적응 리스크 등 운영상(operational) 문제와 외부에 미칠 금융시스템 리스크 등 파급(contagion) 요인 등을 '디지털 전환 리스크'로 꼽았다.

우선 전산시스템 리스크의 경우 신규 시스템 도입, 소프트웨어 결함, 이상 기후 등으로 전산시스템이 오작동하고, 고객과 직원을 타깃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빈번해질 수 있다.

영국의 TSB는 신규 IT 시스템 이전에 따른 기술적 결함으로 2019년 3억3000만 파운드의 손실을 냈다. 올해는 일본의 미즈호은행(Mizuho Bank)이 디지털 계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과부하로 지난 2~3월 중 4차례 이상 자동현금입출금기(ATM) 및 인터넷뱅킹 사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7월19일과 22일에는 인터넷 중단으로 영국·캐나다·호주 등의 10여개 대형 은행들의 잔고 확인, 송금 등 온라인 뱅킹 서비스가 일시 지연됐다. 최근 기록적 홍수와 폭염이 유럽(독일 등)·미국(텍사스 등) 등을 강타하는 등 잦은 기상이변에 따른 전력중단이 은행업무 차질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보고서는 디지털 의존 심화 및 원격근무 확대가 정교해진 사이버 범죄에 더 취약해진다는 분석도 내놨다. 올해 2~4월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238% 급증했다. 모바일뱅킹 사용자의 80% 이상은 다양한 사기 관련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고객의 자금 관련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게 되면서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다른 업종보다 300배 높다는 추산도 나온다.

특히 재택근무 시 암호화되지 않은 홈 네트워크 사용 등 보안상 허점으로 직원들이 피싱·멀웨어·랜섬웨어 등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BofA는 사이버 보안 부문에 대한 연간 지출규모를 11년 전의 3배를 웃도는 1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리며 외부 공격에 대한 대비를 강화했다.
 
IT 비용도 만만찮아...재무리스크
재무리스크는 영업비용에서 IT 관련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생긴 리스크다. 핀테크 등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디지털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또한 새로운 규제에 맞춰 내부 규정도 계속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레거시 인프라를 새로운 시스템으로 대체하고 기술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 투입이 요구된다. 특히 엔지니어·데이터 전문가 등 전문인력 충원과 소프트웨어 유지·보수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올해 2분기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BofA, 씨티(Citi) 등 미국 대형 은행의 IT 비용 지출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21% 증가했다.이는 아마존, 알파벳 등 빅테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디지털로 빠르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서 간 갈등 △구조조정 반발 등으로 조직 운영상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른바 '적응 리스크'다.

대체로 IT 부서는 조직 내에서 변화를 주도할 권한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타 부서와 마찰을 빚을 소지가 크다. 또한 직원들이 디지털 전환에 따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은행 내부에서 데이터 분석 모델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외부에서 양자컴퓨터를 악용해 대형 은행을 공격할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어 '금융시스템 리스크'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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