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로 증시 상황이 좋지 않다. 물가 기저효과가 극에 달한 2분기가 지나면 변동성은 점차 사라질 수 있겠으나 당분간은 변동성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상원 삼성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13일 본지와 만나 이같이 말하고, "인플레 우려는 물가 기저효과, 글로벌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제품 수요 증가 등이 두루 영향을 준 결과"라며 "이런 요인 대부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기저효과는 올해 2분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사그라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인플레율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금리 상승압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금리는 인플레율보다도 훨씬 낮게 형성돼 있다"고도 했다.
변동성 국면이 한동안 지속되더라도, 이에 흔들려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 팀장의 생각이다. 이 팀장은 "시장의 변동성은 커졌지만, 포트폴리오를 크게 허무는 액션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며 "시장의 단기적 오르내림을 예측해 투자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투자한다면 오히려 성과가 좋을 것"이라고 했다.
관심을 가져야 할 종목으로는 가치주, 고배당주를 언급했다. 성장주, 기술주는 금리가 올라가면 할인율도 높아져 현가(장래의 가치를 현재의 것으로 계산한 값)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할인율이 높아지는 건 성장주, 기술주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당장은 수익이 없지만 미래에 수익을 얻기 위해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부담도 함께 커진다.
이 팀장은 "금리 인상기엔 당장 돈을 벌고 있는 가치주, 돈을 벌자마자 바로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배당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성장주, 가치주는 금리가 오르면 미래에 벌어들일 액수가 줄어들지 않아도 현가가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기, 매출은 늘지만 비용은 크게 늘지 않는 '장치산업 수주기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장치는 한 번 마련해두면 경기가 좋든 나쁘든 일정한 비용이 나가게 되는데, 매출은 경기 회복기를 타고 대폭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매출 급증은 수요 확대에 기인한 것이어서, 물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비교적 수월하다.
이 팀장은 "캐펙스(capex, 설비투자)가 집중돼 있는 장치산업은 경기 회복기에도 비용 증가폭이 크지 않다"며 "다만 매출 증가폭은 확연히 커지게 돼 경기 회복 국면 수혜주로 볼 수 있겠다.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저항도 비교적 덜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