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특금법 시행] 실명계좌 제휴 못한 '가상자산 거래소' 줄폐업 위기

2021-03-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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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안전성 보증 부담…제휴 꺼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대형사 4곳 외

중견·영세 거래소 80여곳 9월 퇴출 예상

원화 환전 불가…투자자 피해 불가피

[사진=아주경제 미술팀]

오는 25일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를 의무화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소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대부분이 정부 신고 시 필수 요건인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거래소의 안전성 인증 책임 부담을 이유로 실명계좌 제휴를 꺼리고 있어, 최악의 경우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중견·영세 거래소가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9월까지 FIU 신고 수리 안 되면 ‘폐쇄조치’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시행되는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의무(AML)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실명계좌)를 받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관리체계(ISMS) 인증과 시중은행의 실명계좌는 물론 AML을 위한 내부 시스템을 갖춘 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마쳐야 합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기존에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던 사업자들은 6개월의 시행 유예를 적용받아 오는 9월 24일까지 FIU로부터 신고 수리를 받으면 된다. FIU 신고 접수부터 수리까지 통상 3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래소는 오는 6월 중으로 FIU 신고를 마쳐야 하는 셈이다.

특히 거래소들은 시중은행과의 제휴를 통한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 신고조차 할 수 없어 불법 사업자가 된다. 특금법 유예 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 25일 이후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에 나선 불법 사업자는 해당 사업장의 원화마켓 폐쇄조치는 물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이다.

◆까다로운 은행 제휴에 실명계좌 확보 거래소 4곳 불과

FIU 신고를 앞둔 거래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실명계좌 확보’다.

지금까지 실명계좌를 갖춘 곳은 업비트(케이뱅크), 빗썸(NH농협은행), 코인원(NH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4곳으로, 현재 BNK부산은행과 제휴를 추진 중인 고팍스까지 포함하면 총 5곳에 불과하다.

100여개로 추산되는 나머지 거래소들도 영업을 지속하려면 유예 기간(6개월) 내 실명계좌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 대형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거래소들과 관련 협력을 맺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국가서 인정한 통화인 법화(法貨)’만 은행에서 거래할 수 있고, 아직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한 가상화폐의 경우 제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휴를 맺은 은행이 거래소의 안전성을 직접 보증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위는 은행이 스스로 거래소의 안정성을 평가해 실명계좌 제휴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다르게 해석하면 이는 거래소 내 사고 발생 시 은행에도 ‘연대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수 확대라는 이점보다 감당할 위험이 큰 셈이다.

◆중견·영세 거래소 줄폐업 시 투자자 피해 불가피

가상화폐 업계는 특금법이 본격 시행되면 거래소 100여개 중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와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11곳)를 제외한 나머지 중견·영세 거래소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중견·영세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다. 개정된 특금법에는 불법 사업자의 원화마켓 폐쇄조치에 따른 투자자 보호책에 관한 내용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오는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소에 폐쇄 조치가 내려지면 해당 거래소를 이용 중이던 투자자는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원화로 환전할 수 없다. 보유한 가상자산이 다른 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은 경우에는 거래소 간 출금도 불가능하다. ‘신고 수리’ 여부의 통지 의무도 거래소 자율 사항인 만큼, 거래소가 신고 수리 위반 여부를 숨기고 특금법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 이후 폐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문제 발생 시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은행에도 일부 책임이 발생하는 탓에 은행들이 거래소 실사 및 안전성 검사를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어 실명계좌 제휴 심사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다”며 “실명계좌 제휴와 관련해 당국 차원의 명확한 기준도 없어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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