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57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5.2% 감소했다. 매출은 6조128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9.9% 감소했고 순이익은 2121억원으로 62.3% 줄었다. 다만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1889억원이 포함된 것으로, AMPC를 제외하면 1분기 영업이익은 316억원의 적자를 냈다. SK온은 작년 4분기 목표로 한 흑자전환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데, 올 1분기에는 4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 상승에 따른 폴란드 공장 가동률 축소 영향으로 중대형 배터리 출하량이 대폭 감소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CATL은 매출 797억7000만 위안(약 15조1323억원), 순이익 105억 위안(약 2조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4%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가량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배터리 시장이 냉각되는 분위기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수직 계열화를 통해 안정된 공급망을 갖춘 덕분에 원재료 가격의 등락이 심화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평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인 조안나 첸은 이번 실적에 대해 "CATL이 선도적인 기술력과 규모 덕에 예상보다 더 나은 비용 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CATL과 고션이 안방을 벗어나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해 몸집을 키운 것도 올 1분기 선방한 배경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올해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24.5기가와트시(GWh)로 점유율 38.4%를 기록, 44.9%의 성장률을 보였다. 고션은 사용량 1.3GWh로 점유율 1.8%를 차지해 작년보다 3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이 24.8% 성장, SK온이 7.3% 역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CATL은 북미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자 유럽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BMW, 포르쉐 같은 자동차 업체에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고션은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지만 주주 구성상 미국의 제재를 받긴 어렵다. 현재 최대주주는 폭스바겐으로 지분율은 24.68%에 달한다. 회사는 독일,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 실리콘밸리의 4개 팩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고, 미국 시카고·미시간, 슬로바키아,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해외 생산 거점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배터리 업체는 시장 악화에 당초 계획보다 캐팩스 투자를 대폭 줄이고 있다"며 "이와 달리 중국 업체들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위해 각종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다"고 말했다.